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마비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위원장은 취임 사흘만에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무기명 투표로 진행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표결은 총 투표수 188표 중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마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로써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사흘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소추의결서가 이 위원장에게 송달되면,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즉시 정지된다.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또다시 아무런 의결이 불가능한 '1인 체제'로 돌아온 셈이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어야만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으며,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최근 방통위는 김홍일 위원장이 사퇴한 후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만 남아 '1인 체제'를 유지했다. 이 부위원장이 물러난 후 '0인 체제'를 맞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2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취임 사흘만에 탄핵소추되면서 또다시 1인 체제로 돌아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국회에서 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방통위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임 위원장·부위원장의 사퇴는 정략적 탄핵으로 인해 방통위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탄핵소추-자진사퇴'의 악순환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다. 이제는 악순환을 끝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탄핵소추의 부당함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약 4~6개월이 소요된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현안 질의에 건강상의 사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과방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과 관련해 내부 문서와 회의록, 속기록 등을 확인하기 위한 방통위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KBS 방문진 이사 선임의 불법성에 관한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