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특정 코인을 같은 일시에 거래 지원하는 '동시 상장'이 빈번해지면서 이상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인기 코인을 선점하려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경쟁이 시장 혼란을 부추켰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코인원에 가장 먼저 상장된 무브먼트(MOVE) 코인은 상장 기준가 215원에서 순식간에 99만8500원으로 무려 4600배 급등했다가 한시간도 안돼 다시 5000원대로 폭락했다.
이런 이상 급등락은 한국에서만 발생했다. 무브먼트 코인은 이날 해외거래소 바이낸스를 비롯해 국내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 상장 예정이었던 가운데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해외에서는 1달러 내외에서 거래됐다. 코인원 사태에 놀란 업비트와 빗썸은 상장을 다음날로 미뤘다.
이 과정에서 동시상장 상장빔을 노렸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상장빔에 올라타려 시장가로 매수하면서 매수가는 한없이 치솟았고,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하면서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코인원 커뮤니티에는 손실율 90% 이상, 손실액 1억원 이상을 인증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 같은 현상은 발행한지 얼마 안 된 코인이다 보니 시장과 거래소에 풀린 물량이 부족해 발생했다. 특히 동시상장 코인으로 당시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출금이 지연되거나 막히면서 거래소간 물량이 순환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 사태는 예측 가능했고 거래소들이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이러한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평가업체 관계자는 "바이낸스도 무브먼트를 동시 상장했는데 출금이 막히면서 물량 부족현상이 발생했고 본의 아니게 가두리가 돼 버렸다"며 "이번 사태는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는데 거래소가 시장을 선점하려는 욕심에 원래 계획대로 상장을 서두르다 보니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코인 신규 상장시 물량 부족으로 인한 상장빔 등 이상 급등락 현상은 과거에도 발생했다. 지난해 5월 국내 5개 거래소가 동시 상장한 수이(SUI) 코인의 경우, 코빗이 가장 먼저 상장하면서 2000원도 안 되던 코인이 코빗에서만 1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었다. 동시 상장은 아니지만 1300%가 넘는 상장빔을 쏘며 검은 머리 외국인의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빗썸 어베일(AVAIL)도 물량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들이 동시 상장하면 물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상승장에서 거래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유명 코인은 물량 부족으로 급등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브먼트 코인은 이날 오전 국내거래소 기준 1000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가 전세계 거래량의 47%, 빗썸이 5%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장한 코인원의 거래비중은 0.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