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이 영업손익이 큰폭 변경됐다고 공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3.5% 감소한 863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세전이익은 4889억원으로 36.6%, 당기순이익은 3529억원으로 44.0% 각각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손익 수치가 이처럼 크게 변한 이유로 자회사 LG헬로비전의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을 제시했다.
실제로 같은날 LG헬로비전도 관련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1.5% 감소한 135억원이라고 밝혔다. 세전으로는 1277억원의 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1062억원으로 전년 순손실(454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의 어려움이 영업권과 유무형자산 등의 평가에 반영돼 약 1300억원 규모 손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LG헬로비전은 그동안 지역 케이블TV(SO)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을 손실로 처리한 영향 등이 컸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100억원으로 평가된 회사를 150억원에 인수하면 영업권을 50억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후에 해당 기업의 가치가 140억원으로 평가되면 손상차손을 10억원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이듬해 130억원으로 더 떨어지면 누적 손상차손은 20억원이 된다.
LG헬로비전의 경우 누적 손상차손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647억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은 과거 SO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을 2019년 989억원, 2020년 3213억원, 2022년 600억원, 2023년 845억원으로 인식했다.
한신평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LG헬로비전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영업권 잔액을 245억원으로 평가하면서 대부분의 영업권 손상이 완료됐다"면서도 "그러나 케이블TV 업계의 비우호적인 영업여건을 감안할 때 잔여 영업권에 대한 추가적인 손상 인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영업권 잔액이 245억원 수준이므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제외하면, 1000억원 규모 손상차손은 유료방송과 같은 LG헬로비전의 유무형 자산 평가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올해 LG헬로비전이 손익구조 변경을 공시한 시점은 미묘한 측면이 있다. 앞서 LG헬로비전은 지난 17일 무보증 회사채 16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 1200억원의 차환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다. 실적 급변동 사실을 알지 못한 투자자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만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손익구조 변경공시 이후 회사채 발행이 이뤄졌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내부 결산 시점에 따른 변화이지 (공시 순서에)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헬로비전이 한꺼번에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데에는 회계 기준 변화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7년부터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제1118호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K-IFRS 18'로 불리는 새로운 회계기준은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을 기존 영업외손익에서 영업 범주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은 영업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사이 많은 기업들이 K-IFRS 18 도입 이전에 유무형 손상차손을 덜어내고 영업이익에 미치는 부담을 미리 피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