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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단기간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인실리코메디슨은 AI 기술을 활용해 46일 만에 폐질환 치료물질을 발굴했다. 이어 단 30개월 만에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에 절반 수준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온코크로스 등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둘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를 신약 개발의 지렛대로 삼아 저마다 차별화한 사업 전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하나만 판다
신약 개발사들의 AI 사업 전략 가운데 눈길을 끄는 방식은 특정 질환에 특화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백혈병 치료 관련 물질을 개발하는 파로스아이바이오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후보물질 'PHI-101'을 발굴했다. 현재 이 후보물질로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은 기존 약물로 치료에 실패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다. 최근 임상 1상 마무리 단계로 톱라인에서 기대했던 치료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난치성 대장암, 삼중음성유방암 등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고형암을 치료하는 'PHI-501'의 임상 1상 시험 허가에 나설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자체 AI 플랫폼으로 도출한 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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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스아이바이오가 역량을 쏟아 붓는 분야는 독특하게도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거나, 환자 수가 적은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이러한 분야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조기 상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약물을 제공하기 위해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두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희귀질환 약물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독점 판매권 등의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데뷔한 쓰리빌리언도 희귀질환을 타깃으로 한 AI 신약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AI 기반의 희귀유전질환 진단서비스로 축적한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가 차별점이다. 향후 2년 내로 신약후보물질 10개를 발굴해 이 중 2개 이상을 기술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보로노이도 특화 치료제 개발에 나선 개발사다. 이 회사는 암세포 성장 등에 관여하는 '키나아제(인산화효소)'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AI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규 합성한 화합물과 우리 몸에 있는 468가지의 키나아제 간의 결합력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협력에 방점
AI 신약 개발사가 항상 독자적으로 특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외부 전통 제약사와 손잡고 협업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코크로스라는 AI 신약 개발사다. 이 회사는 외부 다른 제약사와 협업하는데 자체 AI 개발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외부 제약사들이 개발한 약물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적응증)이나, 이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병용약물을 발굴해 주는 것이다.
온코크스로가 처음부터 이러한 '공생' 전략을 택한 것은 아니다. 자체적인 신약을 개발해 기술이전을 하고 임상시험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높아진 상장 문턱을 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찾은 것이다. 온코크로스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보령, JW중외제약 등 온코크로스는 경쟁사보다 다양한 제약사와 의약품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있다. 주로 약물의 신규 적응증을 발굴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온코크로스는 제일약품이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하던 'OJP3101'를 기술도입했다. 이어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에서 약물의 새 치료잠재력을 찾아냈다. 이미 임상 1상을 마친 약물로 온코크로스는 새 적응증으로 국내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온코크로스 관계자는 "자체적인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공동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을 마련한 다음에는 자체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