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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업비트 제재로 가상자산 업계가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당국이 애매한 잣대로 스테이킹,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관련사업까지 불법 요소를 지적해 이미 해당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스테이킹과 NFT도 자금세탁위험 평가 의무를 위반했다"며 "위험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근거로는 특정금융정보법을 들었다. 관련해 하위 법령인 특금법 시행령 9조는 사업자들이 '신규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 및 방법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했다.
해당 법령에 근거해 업비트가 스테이킹과 NFT 상품 출시 때 자금세탁 관련 위험평가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판단은 업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내 대부분 거래소들은 스테이킹 상품을 출시할 때 자체 위험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기준은 프로젝트의 보안성, 생태계의 활동성과 건전성 등이다. 그렇게 이미 상장된 가상자산 중 추가로 안정성이 검증이 된 프로젝트 위주로 스테이킹 상품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FIU가 이더리움(ETH) 스테이킹 상품이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거치지 않아 불법이라고 주장한다면, 마찬가지로 거래소에 상장된 이더리움도 자금세탁 평가를 거치지 않아 거래 지원을 불법으로 봐야 한다.
스테이킹은 보상체계로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의 필수 구성 요소다. 단순하게 예적금과 펀드 등 금융상품의 이자 등 부가수익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오히려 이더리움, 솔라나(SOL) 등 검증된 스테이킹 상품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스테이킹을 기존 은행 예적금 같은 금융상품으로 보고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안 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스테이킹을 제한한다면 국내 이용자들만 정당히 받을 대가를 못 받아 손해를 보는 꼴"라고 말했다.
거래소들은 FIU의 신규상품 위험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반문했다. 스테이킹 상품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도 애매한데다 당국 가이드라인도 전혀 없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테이킹 위험평가는 모든 거래소가 하는데 업비트가 안 했다는 것은 FIU가 거래소의 자체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며 "가상자산 상장 기준도 자율규제인 마당에 한번 더 검증을 거친 스테이킹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FIU의 제재가 사업장 운영과 시장에 끼칠 파장에 주목하면서 당국의 소통 부재와 엄격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업은 사업자들에 대한 법적 의무 등 법제화가 진행된지 얼마 안 돼 전반적으로 체계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럴수록 업계의 안착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점진적 계도가 필요한데, 한빗코 제재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까지 몰아부치는 식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