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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과 정보의 독점·왜곡·남용

  • 2013.10.11(금) 10:59

서부개척시대의 삶을 그린 외화시리즈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에는 꼬마 숙녀 로라가 숲속 개울에 지천으로 널린 황금 무더기를 우연히 발견하고, 공주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있었다. 다음날 부모와 함께 다시 찾아가 보니 그저 금빛으로 반짝이는 「바보 금(fool's gold)」이라 불리는 황동석 더미였다. 실망하지 않고, 꿈 많은 소녀로 다시 돌아가는 낭만적 모습이 인상 깊었었다. 

만약 상장기업이 황동석 무더기를 발견하고 황금으로 오인하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쉬쉬하여도 누군가가 눈치를 채고 소리 없이 소문이 퍼져나갈 것이다. 귓속말의 전파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빠르기 마련이다. 유언비어가 급속하게 퍼지고 주가가 들썩거리며 뜬소문을 들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주가는 소용돌이칠 것이다. 이 때 탐욕스러운 기업주 또는 작전세력은 관련 정보를 여러 갈래로 가공하여 주가를 올린다. 금맥을 발견했으니 곧 캐내기 시작하면 수지맞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멋모르는 투자자들을 유인하여 주가를 부추긴다.

 

그러다 막상 황금이 아니라 가짜 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소문이 나기 전보다도, 오히려 더 낮게 추락하게 된다. 문제는 뒤늦게 소문을 듣고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하게 되고, 시장의 불신이 넘쳐나게 된다.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대부분의 불공정거래는 근본적으로 투명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기업 관련정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정보의 독점·왜곡·남용은 시장을 교란시키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게 된다. 


오래 전에 있었던 예를 들어보자. A상장기업의 소유자이며 경영자는 기업의 이익을 부풀려 주가가 오르면 자신의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았다. 그 다음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처럼 하여 주가가 폭락하면 주식을 싼 값에 다시 사들이는 행각을 반복하여 투자자들을 울렸다. 이와 같은 사기행위가 가능했던 까닭은 투자자들이 당해기업이 발표하는 자료 외에는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때문이었다.
 

그 악덕기업주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①수익과 손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덧칠되고 가공된 자료일 뿐이다. 상대방에게 몸통은 물론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는 투명인간과의 게임에서 이길 장사는 어디에도 없다. ② 장부상의 경영실적이나 향후 전망을 엿가락처럼 늘이거나 줄이는 정보의 왜곡을 통하여 투자자들을 기만하였다. 멋모르고 그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가짜 미끼를 문 물고기가 된 셈이었다. ③조작된 정보를 넌지시 시장에 퍼트려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보의 남용을 통하여 멋대로 주가를 조작하였다. 자본주의 사회,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보의 가치가 높은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의 남용은 권위주의 내지 전체주의 국가에서 권력남용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만약 기업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든 투자자들에게 가감 없이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내부자거래나 주가조작행위는 어려워질 것이다. 모든 투자정보가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시장에서 작전 세력이 가공의 정보를 이용하여 투자자들을 오도할 여지할 여지는 없어진다.
 

자본시장에서 정보의 독점·왜곡·남용 행위는 특정인이 아닌 모든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그 악영향이 시장전체로 광범위하게 파급된다. 그런데도 처벌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피해자나 피해의 범위가 뚜렷하지 않아 피해액도 분명하게 산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특정 소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죄보다는 불특정다수에게 무차별 해를 끼치는 공공의 적(public enemy)의 죄를 더 가볍게 본다는 아이러니가 된다.
easynomic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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