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일의 책임을 명명백백히 가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일 “관련 책임자 엄벌”을 지시했고, 국회도 금융위원회로부터 긴급히 보고를 받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 사건 발생 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얼추 수습되면 신용카드 3사의 고위직들이 줄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검사도 이를 위한 증빙자료를 수집하는 데 동원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내는 분풀이라도 해야 국민의 맘이 풀릴까?

▲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사상 최대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낸 국민·농협·롯데카드사 대표들이 사과 및 피해 대응방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제도는 그리 호의적이진 않아 왔다. 법리 논쟁도 치열하고 무엇보다 ‘기업들이 힘들어진다’는 논리에 항상 밀려왔다. 신 위원장이 언급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도 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워낙 국민적 공분(公憤)이 커 법 개정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상 뚜껑을 열어봐야 분명히 알 수 있다. 한참 뜨거워져 있을 땐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무슨 말은 못하랴?
그런데 이렇게 큰 금융사고 사례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법이 미비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사고도 법률적 시스템이 미비해서 발생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신용카드 3사와 KCB의 입장에선 개인의 직원 윤리로 국한해 볼 수도 있다. ‘열 사람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욱 ‘실천’이 중요하다. 현행법 테두리에서도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교환 문제는 마케팅 활성화라는 측면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문제가 충돌하는 사항이다.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막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기업들의 자율성을 막지 않아야 하지만, 문제가 됐을 때는 문을 닫을 정도의 징계가 가능해야 내부통제 규제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국민의 불안 진정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2차 유출 피해를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