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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드 콜센터 감정노동자의 하루

  • 2014.01.22(수) 15:18

신용카드 신용정보 유출로 하루하루가 난리다. 지난 17일 밤부터 개인 고객들이 정보 유출 범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정보가 유출된 3개 카드사의 콜센터도 북새통이다.

지난 월요일(20일)부터 각 사는 콜센터를 연장 운영하고 있다. 낮엔 본점 직원들도 영업점으로 보내 고객들을 맞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000명의 직원을 급하게 영업점에 투입했다. 농협은행은 영업점 운영 시간을 밤 9시까지 늘렸다. 국민카드는 영업점을 당분간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콜센터의 감정노동자들은 빗발치는 고객들의 문의와 항의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다.

▲ 대형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신문로 국민카드 본점에서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글쓴이 : 안단테, 2104.01.21 00:01]

{출근하면 회사에선 민원 고객 대응 방법이라는 전혀 대응할 수도 없는 종이를 몇 장씩 나눠줍니다. 민원 사태 대책이라곤 SMS 수수료 면제 논의뿐이었는데, 이것도 확정된 바가 없지만, 매스컴에선 확정된 것인 양 보도하고….

빵 한입 먹고 전화받고… “정보 유출 관련 건으로 죄송합니다.” “전화 연결이 지연돼서 죄송합니다.”
음료 한 모금 먹고 전화받고… “재발급 카드가 급증하면서 발급 처리도 지연되니 죄송합니다.” “스팸 문자, 전화 등 이번 사건으로 손해 입으신 것도 죄송합니다.” “인터넷 접속이나 지점 업무 처리 대기시간 지연돼서 죄송합니다.”

저희 상담사들도 기다리고 계신 분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고자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식사시간도 줄여가면서 마음 편히 화장실도 못 가고서, 저녁엔 음료나 빵 쪼가리 마음 편히 쉬면서 못 먹고선, 전화받는 틈틈이 먹어가면서 퇴근도 못 하고 연장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일하는 만큼 고객님들께서 짜증 내고 화내시는 거 참으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감정노동자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상담사의 인격을 무시하고 기업, 회사가 아닌 상담사에게 욕설의 화살이 돌아오는 건 너무 참기 힘듭니다. 다가오는 아침이 두렵습니다.
……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스미싱도 꼭 유의해주세요. 부모님이나 지인들께도 유의하시라고 당부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 일개 상담원, 2014.01.20  22:51]

{집에서 저희 가족도 조회해 봤더니 영혼 빼고 싹 다 털린…, 그것도 제가 일하는 카드사에서^^; 하하, 콜센터 직원들도 다 뼛속까지 탈탈 털렸죠.
출근해보니 대기 고객님들은 200명이 넘는….
각종 욕설, 협박, 반말, 피해보상 등 시작부터 저는 “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콜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해하죠. 솔직히 한두 개가 유출되었어야지, 뭐 진짜 다 털렸는데…. 고객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근데 콜센터 직원은 정말 힘이 없어요. 회사를 대신해 사과하는 일 말고는….

“너 그 카드사랑 한통속인 거 다 알아 **년아”
“너희 내가 가만둘 거 같아? 어떻게 보상할 건데?”
“@#47823798년아28347938ㅕ4ㅑ이 년이 감히”

솔직히 당연히 이해합니다. 저 또한 만약 이 카드사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연락하는 회원 중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좀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뭐 원래 하는 일 이긴 하지만, 사실 콜센터 직원들도 전화 주시는 분들과 같이 영혼 빼고는 다 싹 털린 사람들인데….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도 물론 계셨죠. 걱정하시는 분들 전화는 끊이지 않으니 밤을 새우는 새벽 내내 상담원들도 30분도 못 쉬고 근무했는데, 그럼에도 상담원과의 통화를 기다리는 전화는 200통이 넘고, 상담원은 차례로 계속 통화하고, 솔직히 통화의 90%는 “죄송합니다” 였지만요^^;

입에 못 담을 욕, 비하, 비난…. 결국 팀 직원들이 하나둘씩 눈물이 터졌네요. 저 역시도 40분 가까이 폭언 듣고, 그다음 고객님께서 힘내라고 좋은 말 해 주는데 저도 모르게 복받쳤나 봐요.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고 통화 종료되자마자 엉엉 울었네요. 우리 팀은 30분 쉬면서 눈물바다. (ㅋㅋ 울다가 웃다가)

하지만, 심야에 콜센터 직원들은 안내는 동일해도 요청하는 모든 부분을 들어드릴 수가 없어요. 연결이 힘들어도, 원하시는 바를 위해선 대부분 정상 영업시간에 전화를 주셔야 하고요. ㅜㅜ

임원분들 왔다고, 사내 경비님들이 모두 갑자기 뛰어가서 문 열고, 엘리베이터 열어주고, 밤새 쌔빠지게 근무한 우린 다른 엘리베이터 타라고 저리 가라고 하는 거 보고, “아, 이래서 우린, 위아래로 까이는, 말 그대로 그냥 몸빵용 직원이구나, 싶었다는…"

힝, 그냥 하소연이었습니다.}

현재 3개 카드사에선 총 5098명의 콜센터 직원이 고객의 전화를 받고 있다. 원래는 KB국민 1052명, 롯데 717명, NH농협 503명 등 2271명의 콜센터 직원이 근무했으나, 이번 정보유출 사고로 2배 넘게 늘렸다. 콜센터 직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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