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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카드사의 도리

  • 2014.01.21(화) 11:29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다.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까지 나서 책임자 엄벌을 지시했다. 이제 관계자들은 현행법이 정한 최고의 징계를 받을 것은 자명해졌다.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고의 수준이 대충 수습하고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났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충격적인 징계 조치는 불가피해졌다.

분위기를 감지한 관련 금융회사의 경영진 27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은행의 정보까지 빠져나간 KB국민은행에선 이건호 행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오너가 있는 롯데카드도 약간은 망설이는 듯하다가 어제(20일)저녁 늦게 박상훈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 9명이 백기를 들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출된 정보의 2차 피해를 막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과장된 보도는 국민의 불안을 더 키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느 때보다 사실 확인이다. 개연성만으로 지르고 보는 보도 태도는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금융당국의 섣부른 단정도 문제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다르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내지른 섣부른 단정이 깨지면 그 뒤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더 큰 혼란과 불안이 엄습한다. 그래서 지금 정부는 말을 아껴야 한다.

정보가 유출된 해당 카드사들은 지금의 혼란을 빨리 다스려야 한다. 연결도 잘 안 되는 콜센터 안내는 별로 의미가 없다. 국민들의 분노 지수만 치솟게 한다. 국민이 카드사와 은행의 영업점으로 직접 발길을 들여놓게 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지금 카드사들이 할 일은 정보가 유출된 모든 카드를 지금 당장 재발급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정보 유출 카드 고객의 동의를 받아 사용을 일시 정지할 수도 있다. 이미 재발급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다.

카드사가 직접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해 카드 사용 정지나 재발급을 권유해야 한다. 재발급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고, 재발급 기간이 길어지면 사용을 정지한 카드 대신 경쟁사의 카드를 쓸 것이니 손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 최소한의 도리다.

금융감독당국은 카드사들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보유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고객의 요청이 없더라도 일괄적으로 기록 삭제를 지금 당장 할 수 있도록 명령해야 한다. 조치 후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하는 것도 당연히 금융감독 당국의 몫이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카드 정보 유출은 역대 최대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자동차보험 갱신 때만 되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해대는지 짜증 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핑계도 가지가지다. 보험개발원에서 만기 현황을 확인했다는 얘기부터, 기억도 까마득한 5~6년 전 인터넷에서 무슨 무슨 행사에 응모하면서 전화 상담에 동의했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반사다. 폰 메시지로 카지노 권유나 대출 권유를 받는 것은 오히려 귀엽게 봐줄 정도다.

이 문제들은 금융당국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법당국도 쓸데없는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제(2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 보고 내용을 보면, 농협카드는 2012년 12월, 국민카드는 지난해 6월, 롯데카드가 지난해 12월 유출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기소 한 것이 지난 8일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해 이제야 고객들이 유출된 정보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국민을 중심에 놓고 관련 협의를 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카드사 경영진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제대로 사태 수습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이 이번에 사고를 낸 카드사들과 금융당국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과 도리를 시급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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