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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있으면 대책도 있다'..탄산수 이야기

  • 2014.03.28(금) 08:31

"나라에서 정책을 만들면 백성은 대책을 세운다(上有政策 下有對策)"

중국 속담이지만 중국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세계 공통의 현상인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탄산수다. 엉뚱한 소리 같지만 탄산수, 탄산음료가 퍼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1920년 미국의 금주령이다. 이에 앞서 1914년,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약을 팔 수 없다는 내용의 해리슨법이 간접적인 계기가 됐다. 탄산수와는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미국의 금주령과 약사법이 왜 탄산수가 유행하는 전기를 만들었을까?
   
탄산수는 발포성 가스가 들어있는 약수인 광천수(鑛泉水)다. 특징은 몸에 이로운 광물질이 녹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마시면 톡 쏘는 느낌이 나는 가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탄산수가 몸에 좋다고 믿었다. 때문에 수많은 약사와 화학자들이 치료용으로 인공 탄산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많은 화학자들이 거품이 나는 물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1807년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인공으로 물에서 기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무렵에는 주로 알칼리성 탄산염을 이용해 기포를 발생시켰는데 그 중에서도 주로 소다를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도 탄산수를 소다수(Soda water)라고 부른다.

옛날 탄산수는 주로 약국에서 팔았다. 미국인들은 서부개척시대에 소화가 되지 않거나 머리가 아프면 약국에 가서 탄산수를 사마셨다. 음료수라기보다는 약이었다. 당시 약사들은 맛을 더하기 위해 탄산수에다 여러 종류의 향료를 섞거나 거품이 많이 나도록 과도하게 탄산염을 혼합했다. 이런 음료를 마시면 두통이 더 심해져서 두통을 없애려고 환자들이 또 약국을 찾았다고 한다. 탄산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1910년대에 미국에서는 탄산수를 팔지 않는 약국이 없었다.

약사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비법으로 탄산수를 만들어 팔았고 별별 물질을 다 넣었다. 1914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모든 약은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었다. 때문에 코카인이나 아편 같은 마약이 들어있는 탄산수를 파는 것도 불법이 아니었다.

그러다 1914년 해리슨 법(Harrison Act)이 발효되면서 약사들이 처방전 없이는 약을 팔지 못하게 됐다. 때문에 이전까지는 약으로 팔았던 탄산수를 약이 아닌 톡 쏘는 맛의 음료수로 팔기 시작했다. 미국의 약사법이 탄산수가 아닌 지금의 탄산음료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그러다 1920년 미국에서 금주령이 발효됐다. 더 이상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게 된 성인 남자들이 대체품으로 찾았다. 그 대체품 중의 하나가 톡 쏘는 맛의 탄산수, 탄산음료였다. 술집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남자들은 약국의 탄산수 판매대 앞으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탄산수와 탄산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술집에서 있었던 사회적 교류의 공백을 메웠다.

 

탄산수가 부인들이 주로 다니던 식료품 상점이 아닌 남자들이 주로 출입하던 약국에서 판매하는 음료였다는 사실도 탄산수가 금주령에 따른 술 대체품으로 떠오르게 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금주령이라는 정책이 탄산수 유행이라는 대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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