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와 대형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원인은 거시동기와 미시행동의 부조화 내지 충돌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릇 일을 추진하려면 계획단계에서 거시동기를 가지고 밑그림을 그리고 전체에 미치는 비용과 편익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다음 실천단계에서는 미시행동으로 치열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단계 마다 정성을 쏟아야 한다.
1990년대 말인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아시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은 거시동기와 미시행동의 부조화 때문에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일은 성에 차지 않고 큰 일만, 그 것도 단번에 무엇인가 해내려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4대강 공사만 하더라도 흐르는 물을 가둘 때 발생하는 생태계 변화 같은 효과와 부작용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거시적 청사진을 만든 다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착수해야 했다. 당위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4대강을 동시다발적으로 파헤칠 것이 아니라 천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진행해야 했다.
거시동기와 미시행동의 부조화 내지 충돌이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개인의 경우를 보자. 조금만 성공하게 되면 자기분야, 전문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자부심보다는, 먼저 `거물`이 되려고 여기저기 영향력을 뻗치려다가 신세를 그르치곤 한다.
이 세상에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무조건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크게 한탕하거나 졸지에 빛나는 업적을 남기려고 한다. 욕심이 커지면 문제도 커지는 게 세상 이치다. 야망만 크게 가지고 정직한 노력은 게을리 하는 소년이 커서 무엇이 되겠는가? 사기꾼 아니면 한 낟 끄나풀이 되기 십상이다.
사업에 있어서도 조금만 성공하면, 하루 빨리 재벌 대열에 끼려고 조급성을 보이여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가 사회에 `짐`만 남기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최근 커다란 두통거리가 된 몇몇 대기업들의 지불불능 사태도 거시동기와 미시행동의 충돌로 말미암은 것이다.
재계 2위 까지 올랐던 재벌의 부도사태만 하더라도 지평선이 멀기만 하다며 욕심만 냈었지 그 뒷받침이 되어야 할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이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기업경영에는 자금조달이나 로비를 위한 논리개발보다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 당국도 거시동기를 미시행동으로 뒷받침하기보다는 무리한 거시정책의 부작용을 미시적 행정조치로 교정하려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 왔다. 한 때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금통위가 콜금리를 재차 인하하자 많은 사람들이 유동성함정과 부동산 투기심리 확산을 우려하였다.
이에 금통위의장은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면 강력한 미시적 조치를 통하여 투기를 억제하기로 합의가 되었다"고 얼토당토한 말을 하였다. 그 여파로 가계는 가계부채로 시달리고, 당시 얽어 맨 규제 장치를 풀지 못하여 부동산거래 위축 같은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거시동기와 미시행동 충돌의 대표적 사례다.
거시동기와 미시행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각 부문 종사자들이 맡은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가족을 부양하고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는 일터를 천직(天職)으로 생각하지 않고 천직(賤職)으로 여기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찮게 여기는 풍조가 조성된다.
높은 사람은 주어진 자리를 파벌형성과 사리사욕의 수단으로 여기고, 아랫사람은 무엇인가 불만을 가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어찌 장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