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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있기에 썩어도 준치일까

  • 2015.03.13(금) 08:31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속담에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요즘은 준치 먹기가 쉽지 않으니 일부러 맛 집을 찾아 다녀야 간신히 맛볼 수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생선이 썩어도 값어치를 한다는 소리가 생겼을까 싶다.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썩어도 도미라고 하는데 도미는 일본인들이 다른 생선과는 품격 자체가 다르다며 물고기의 제왕이라고 떠받드는 생선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준치도 현대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도미 못지않게 격조가 다른 생선이었다.

 

준치는 한자 이름이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진어(眞魚)로 문자 그대로 진짜 생선이라는 뜻이다. 풀이 하자면 준치와 비교해 다른 생선은 모두 가짜 물고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름만 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생길만 했다. 

 

또 다른 이름으로 시어(鰣魚)라고도 불렀다. 물고기 어(魚)변에 때 시(時)자를 쓰는데 제철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이듬해가 되어서야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3월 하순부터가 준치가 잡히는 계절로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시어는 살이 통통해 맛은 좋지만 가시가 많다고 기록했다.

 

진짜 물고기라고 할 만큼 맛은 좋은데 아무 때나 맛볼 수는 없는 생선이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때문에 옛날 중국에서는 시어를 곰발바닥, 바다제비 집, 사슴꼬리, 상어 지느러미 등과 함께 여덟 가지 산해진미 중 하나로 꼽았다.

 

중국의 경우 양자강의 시어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청나라 때는 시어를 산채로 운송해 황제에게 보내기 위해 백성들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 우리가 양자강이라고 부르는 남쪽 창쟝(長江)에서 황제가 머무는 베이징의 자금성까지는 거리가 약 1,300km로 삼천리가 넘는데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살아있는 시어를 날랐다고 한다.

 

이 시어를 운송하는 과정이 거의 군사작전을 능가했던 모양이다. 올라가는 길목 15km마다 대형 수족관을 만들어 놓고 낮에는 깃발을 꽃고 밤에는 불을 피워 시어를 나르는 역마에게 위치를 알렸다. 이때 동원된 말이 3,000마리를 넘고 사람도 수천 명을 동원해 시어를 날랐는데 도중에 수많은 사람과 말이 죽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베이징까지 날랐지만 운송 도중에 죽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실제로 황제가 먹을 수 있는 생선은 1,000마리 중에서 서너 마리에 불과했다고 하니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이 놀랍다.

 

덕분에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황제가 하사한 신선도가 떨어진 시어를 맛 본 청나라 관리가 시어가 많이 잡히는 남쪽 장쑤성을 여행하다 진짜 신선한 생선을 맛보고는 “이 생선은 진짜 시어가 아니다”라고 우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양자강의 시어가 우리나라 준치와 똑같은 생선이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러 문헌을 종합해 보면 준치 종류의 생선이었던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준치도 단점은 있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썩어도 맛있다는 생선, 준치 역시 잔가시가 많아서 자칫 잘못 먹으면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을 한다.

 

그래서 생긴 말이 시어다골(鰣魚多骨), 맛있는 준치에는 뼈가 많다는 말이다. 권력이나 재물을 너무 탐하면 불행이 닥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교훈인데 요즘 세상에서도 유효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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