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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내수인가 수출인가

  • 2015.04.29(수) 11:34

지난주 일본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다. 나흘간 오사카 근처 간사이 지방을 여행한 그는 적잖이 놀랐다. 일본은 물건값이 비싸다, 음식 양이 적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완전히 딴판이었다. 아침은 4천원대 `나또` 음식을 먹었다. 맛도 훌륭했다. 점심은 6천원짜리 우동, 저녁은 8천원짜리 돈까스였다. 음식 양도 꽤 넉넉했다. 밤늦게 찾은 선술집에서는 일행 셋이서 5만원이 채 안나왔다. 숙소는 하룻밤 1인당 3만원 수준인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철도의 나라` 일본을 경험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시내를 오가는데 있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사흘 정기권을 끊어 교통비는 줄일 수 있었지만 지하철에서 다른 지하철로 환승하는데는 `난이도`가 꽤 높았다. 그래서인지 일본 지하철에는 서울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트렁크를 끌고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대절 버스로 이동하는 요우커들의 행렬은 관광지 어디를 가나 흔했다.

요즘 잘 나가던 증시에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엔화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엔약세)이다. 지난주말부터 원-엔 환율은 900원(100엔당) 아래를 밑돌고 있다. 2008년 2월이후 7년2개월만에 최저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2009년 2월 1600원대에 비한다면 무려 43%나 빠진 셈이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증시에서 수출주(株)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수출 점유율이 일본에 밀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900원 수준이되면 연평균 총수출은 대체적으로 4~8% 줄고 수출기업의 영업익은 3%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엔화약세 현상이 지속되겠지만 다행히도 장기화하거나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들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의나 한국 정부의 시장 대응 등이 관건이다. 아울러 원-엔 환율의 배경이 되는 원화 강세가 외국인의 주식 매수와 경상수지 흑자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러 정황을 볼때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극단적 우려를 피할 수 있겠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환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내수 경기는 안심할 수 있는 건가?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인가? 답은 녹록치 않다. 일반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이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한국 내수 산업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중국 여행객 요우커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43만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점점 줄어드는 `소비자의 입` 때문에 식음료 업계는 고민이다. 우유 소비가 줄고, 유아·아동용품 수요도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그나마 잘나가는 곳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의 수요에 편승한 분야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에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총인구 5000만명의 12%에 해당한다.

유통업체들이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관세청은 오는 7월 서울시내 3곳의 신규 면세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 대기업 몫이 2개, 중소기업 몫이 1개다. 중소기업중에는 유진기업만 출사표를 던졌지만 경쟁률이 높은 대기업 부문은 사활을 걸고 유통 명가들이 뛰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제휴해 합작법인을 설립키로하자 유통가에서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나왔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등 `강호`들도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요우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출과 내수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우리 제품을 중국 시장에 내다 팔면 `수출`로 잡히고, 요우커들이 국내에 들어와 사면 `내수`가 되는 구조다. 중국 소비자가 자국에서 쓰면 `수출`이고 이곳에서 쓰면 한국의 `내수`인 셈이다. 관건은 중국 소비자가 한국 물건을 쓸 것인지, 일본 물건을 사용할 것인지, 자국 물건을 살 것인지다. 이는 연휴때마다 한국을 여행할지, 일본 관광을 할지, 국내에서 지낼지를 선택하는 문제와 맞물려있다. 수출 경쟁력 강화 못지 않게 내수 경쟁력을 키워야하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흐름과는 괴리가 있다. 최근 한 연구기관의 조사를 보면 요우커의 한국 만족도는 16개국중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재방문율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은 늘어나는데 만족 정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심해지는 경쟁으로 관광업계의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 노동절로 시작되는 5월초는 중국인들이 관광에 나서는 `황금주간`이다. 이번 연휴기간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작년대비 20% 늘어난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요우커를 비롯한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나 제도정비, 규제철폐 등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환율 등 가격 변수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국민들 역할도 빠질 수 없다. 이번 연휴기간 유원지나 행사장에 가거나 국내외 여행을 할때, 어디를 간다고해도 아마 요우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붐비고 좀 불편하다고 해도 짜증만 내서는 안된다. 오히려 외국 여행객들이 좀 더 많이 찾고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것이 내수 경쟁력과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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