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POST]위기의 수출..성장 엔진 꺼져간다

  • 2015.06.02(화) 14:44

 

#수출 감소, 얼마나?

 

5월 수출액이 423억9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9%나 급감했습니다. 두 자릿수 하락률은 금융위기 와중이던 2009년 8월(-20.9%) 이후 6년만입니다. 수출은 올 들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입니다.(1월 -1.0%, 2월 -3.3%, 3월 -4.5%, 4월 -8.0%) 일시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런 우려가 깊어지는 것은 수출 감소세가 대다수 품목과 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액 기준으로 8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와 휴대폰을 제외하곤 모두 수출이 줄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교역량이 가장 많은 대중국 수출이 -3.3%를 기록했고 미국 -7.1%, 일본 -13.2%로 집계됐습니다. 독립국가연합은 71.4%나 줄었습니다. (EU -9.0%, 중동 -12.7%)


수출 감소세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올 들어 1분기까지 세계 10대 수출국가 중 중국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미국 독일 일본 등 상위권 국가 모두 감소세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교역량 자체가 11.4%나 줄었다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입니다.


■5월 8대 주력 수출품목 증감율

석유제품 -40%
조선 -34.7%
석유화학 -22.8%
철강 -19.2%
자동차 -7.9%
디스플레이 -6.0%
반도체 4.8%
휴대폰 26.6%

 


#수출 감소, 왜?


최근의 수출 부진은 물량 감소보다는 유가 하락에 따른 가격(단가) 하락 요인이 큽니다. 한국의 수출제품 중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6.1%)·화학제품(10.5%)의 비중이 16.6%에 달합니다. 또 석유제품 이외에 주요 수출제품 역시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업체들이 가격을 떨어뜨리며 단가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철강제품 단가는 올해 1~2월 전년 동기대비 7.7% 하락했으며 자동차 역시 2.3% 떨어졌습니다.


엔화와 유로화 가치 하락, 강(强)달러(헤알화·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엔화 약세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 등에게 치명적입니다. 100엔당 800원대로 내려간 원·엔 환율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관계자는 “무역 흑자로 쌓인 돈이 원화가치를 높이고, 원화가치 상승이 한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산업부가 예상한 무역흑자는 작년보다 9.7% 늘어난 520억 달러입니다. 올 들어 5개월간 쌓인 무역수지 흑자는 364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474억 달러)의 77%에 달합니다.


중국 의존도(작년 수출비중 25.5%)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부메랑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대중국 수출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평균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22.4%를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작년까지는 3.9%로 뚝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수출 부진, 장기화될 가능성 크다’는 보고서에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로 주력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 구조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유로는 ①미국 타이트오일의 생산 증가로 석유 공급이 확대된 반면 석유소비 효율화와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에 따라 석유 수요 증가는 더딘 탓에 저유가 국면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②중·장기적인 원화 강세 흐름도 부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원자재 가격 하향세와 만성적인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원화는 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무역흑자로 달러의 유입이 많아지면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


③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도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중국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교역방식도 가공무역에서 탈피해 소비재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자본재가 높기 때문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영향은

 

한국은행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2013년 기준)는 100만 달러당 7.2명입니다. 수출이 100만 달러 늘면 7.2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얘기인데요, 반대로 수출이 줄면 그만큼 고용이 감소하게 됩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누적 수출액은 2353억8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2억7800만 달러 줄었습니다. 취업유발계수로 따져보면 9만5602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입니다.


수출이 줄면 수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줄어듭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분기 국내 생산·해외 판매(수출)가 9.3%나 줄어들면서 전체 판매 실적이 전년대비 3.6% 감소한 118만2834대를 기록했습니다. 그 여파로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대비 3.3% 감소한 20조942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8.1% 줄어든 1조5880억원에 그쳤습니다.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의 직격탄을 맞은 가전 부문도 실적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삼성전자 TV사업이 포함된 소비자가전(CE)부문 1분기 매출은 10조26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 줄었습니다. 1400억원의 영업적자도 기록했습니다. LG전자 TV사업을 맡고 있는 HE사업본부도 전분기 대비 18% 줄어든 4조43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62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정부 대책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일 “수출 급감 원인과 한국 수출 경쟁력의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분석해 수출 지원 대책을 이달 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라며 “주력업종 경쟁력 강화와 해외투자 활성화(달러 퍼내기) 등의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수출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수출 부진의 원인이 내부보다는 외부요인(▲저유가 ▲환율 ▲교역 둔화 등) 탓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수출 대책에는 환율정책(원화가치 하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준금리가 한 두 차례 더 인하되지 않으면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3%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수출 주력품목 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출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경우 한중FTA를 활용, 상품 시장 뿐 아니라 금융·특허·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시장 진출을 노려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