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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전쟁과 증시 리포트

  • 2015.06.30(화) 17:56

보고서 하나를 두고 유통가와 증권가가 요란하다.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를 차지하기 위해 유통 명가들이 모두 나섰다. 특히 오너들이 앞장서서 지휘하는 국면이라 `밀려서는 안된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7월중순께 선정자가 발표되는 스케줄을 감안하면 이 시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처럼 예민한 시기에, 후보군을 상대로 평가한 보고서가 증권시장에 날아들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는 증권가에서 보다 유통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애널리스트는 관세청이 발표한 평가 기준을 토대로 본인의 판단하에 항목별 점수를 매기고 총점을 냈다. 점수표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B사는 난리가 났다.  이 회사 IR담당 임원은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보고서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외압`이라고 맞섰다. 양보없이 서로가 상대방에게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는 국면이다.   

증권사 보고서의 범위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혹시 이러한 보고서가 정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며 유통업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명확한 근거없이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영업방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의 반발이 애널리스트 분석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분위기다.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차단한다`는 항변이다. 

증권사에서 나오는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은 한두번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 증권사 보고서 가운데 가장 많이 구설수에 오른 것 중 하나는 `월드컵보고서`일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제,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세계 유수의 증권사들은 앞다퉈 우승팀을 예측하고, 각 포지션별 우수선수 `베스트 11`을 뽑는다. 이들은 FIFA랭킹이나 지난대회 성적, 예선 실적, 최근 경기결과, 선수들의 연봉 등 빅데이터를 총 동원해 각국의 우승확률을 도출하고 서열을 매긴다.

난다긴다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뽑아낸 예측의 결과는 어떨까? 작년 브라질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골드만삭스는 60페이지 짜리 심층 보고서를 내놨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환호와 비난으로 양분됐다. 예측한 시나리오는 준결승에서 독일을 2대1로 꺾은 브라질이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3대1로 승리하고 챔피온 자리에 오른다는 것. 축구팬들은 생생히 기억하겠지만 독일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대1로 대파하고 아르헨티나마저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4년 앞선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도 글로벌 증권사들은 앞다퉈 경기 결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정작 이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것은  독일의 한 해양생물박물관 내 수족관에서 살았던 문어였다. 그 족집게 문어는 당시 독일 국가대표팀의 전 경기 승패를 100% 예측해 화제가 됐다. 그럼 "문어보다도 못하다"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증권사들이 `자기들 전공도 아닌 분야`에서 예측 보고서를 내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고, 특히 어마어마한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분야에, 돈이 움직이는 섹터에 애널리스트가 분석해서 가이드를 제시해줄 수 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를 맞혔느냐, 틀렸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도출해 가는 방식이다. 보고서의 질을 높이려면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예측을 제시해야 한다. `시장`에 나온 보고서는 또 그들끼리 경쟁하고 평가 받는다. 앞의 경우처럼 보고서 내용이 불리하게 나왔다면 당사자는 누구든지 억울해 할 것이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정작 업계가 `흥분해야 할`(?) 보고서는 따로 있다. 6월초에 나온 후룬(胡潤)연구소가 발표한 `중국호화여행백서`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 리포트가 부호 요우커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돈 많은 중국 요우커에게 한국은 결고 매력있는 곳이 아니다. 위치상으로 가장 가깝지만 주요 5대 여행지 리스트에 한국은 없다. 비즈니스를 위해 미국을 가장 많이 찾고, 맛기행을 위해 일본을 택하고, 쇼핑을 하러 프랑스와 영국을 가고, 휴가를 위해선 호주를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 부호 요우커들의 관심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들이 앞으로 3년 안에 찾고 싶은 지역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과 한 권역으로 묶여 8위(10%)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들이 방문한 순위에선 5위(27%)였다. 더 신경쓰지 않으면 `매력없는, 그저그런 싸구려 여행지`의 굴레가 씌워질 것이다. 다행히 신규 면세점 선정을 계기로 여행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외국 여행객을 잡으려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면세점 왕좌의 주인이 누군지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런 아이디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할수 있는 장치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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