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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과 상대가격 변동

  • 2015.08.19(수) 11:10

통화량의 팽창과 수축은 여러 가지 자산 간의 상대가격을 변동시킨다. 상대가격 변동은 교환이나 매매 행위 없이도 누군가는 이익을,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상대가격을 변동시켜 사람들의 이해를 엇갈리게 한다.

유동성의 팽창 또는 수축으로 말미암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은 경제적 거래를 수반하지 않고 부를 이동시키는 비정상적 효과를 초래한다. 통화량 변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관찰하고 판단하는 일은 가계의 자산운용은 물론 기업 재무관리의 기본이다.

먼저, 통화량이 경제규모 확대보다 더 크게 팽창하면, 일반물가가 상승하고 돈의 가치 즉 현금성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

유동성 팽창은 막걸리에 물을 더 부을수록 싱거워지는 이치와 같다. 물을 더 부으면 양이 늘어나 막걸리 장사는 수지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비자는 같은 값을 치르면서 싱거운 막걸리를 마셔야 한다.

인위적 고환율이 고물가로 일부 수출기업을 살찌게 하는 대신에 가계는 야위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가진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더라도 모든 자산이 동시에, 동률로 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자산은 많이 오르고 어떤 자산은 적게 올라 자산 간에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변동시킨다. 예컨대, 자동차 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쌀값은 조금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자는 수지맞지만 쌀 생산자는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

상대가격(相對價格) 변동은 거래가 없어도 누군가는 불로소득을 얻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냥 손실을 입게 되는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경제 환경변화로 통화량 변동 없어도 상대가격은 변동할 수 있다.)


다음, 유동성이 수축되면 물가가 하락하여, 실물자산보다 현금성 자산 즉 돈의 가치가 상승한다. 경제규모 확대보다 유동성 확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면 유동성 수축과 같은 효과를 초래한다.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부채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채무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디플레이션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자본비용이 낮아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며 돈의 가치가 상승하여 실질적 자본비용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저하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까닭이다.

화폐가치 하락이나 상승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정면으로 엇갈리게 한다. 채무자는 꿔 쓴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를, 채권자는 꾼 돈의 가치가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보존되기를 바란다. 예컨대, 가계부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계는 금리하락을 고대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당장의 이자부담도 줄어들지만 유동성 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부채의 가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금성자산을 많이 쌓아둔 대기업이나 부자들은 금리하락을 걱정한다. 금리가 높아야 이자수입이 줄어들지 않고, 유동성이 수축되어야 빌려준 채권의 가치가 보존되거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동성 수축으로 돈의 가치가 커지면 재화와 서비스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하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게 된다. 자본비용이 높아져 투자심리가 위축되는데다 소비수요 부진으로 투자와 생산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체의 혈액과 같은 돈은 넘쳐나도 문제, 모자라도 문제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도 문제를, 올라도 문제를 야기한다. 유동성이 경제상황변화에 대응하여 적기에 적당하게 공급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상대가격을 왜곡시켜 경제사회의 위험과 불확실성은 커진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의 변경을 통하여 단기시장금리를 변화시켜 유동성을 조절한다. 나아가 채권시장, 외환시장, 주식시장의 가격을 변화시켜 물가, 투자, 소비의 변화를 유도하여 실물경제의 순조로운 순환을 이끌려고 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무시하고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시장의 위험과 불확실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 또는 인상과 관련된 신호(signal)를 미리부터 시장에 보내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는 시장의 예측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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