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금저축보험이나 신탁에서 투자상품인 연금저축계좌(펀드)로 이전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금저축 계좌수가 지난해 말 16만 5080개에서 지난 6월 25만 5627개로 반 년새 54.8%가 증가했다.
반면 연금저축보험은 연금저축 이전제도 간소화 이후 4월 말부터 7월말까지 1만 1000건 이상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제도 간소화 시행에 따라 옮겨 타기가 한층 손쉬워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즉 과거에는 신규 가입 금융회사와 기존 가입 금융회사 두 군데를 모두 방문해야 하는 것이 신규 가입 금융사만 방문하면 옮길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입자들의 편의성과 선택권이 대폭 확대됐다. 또한 저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연금저축보험이나 신탁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연금저축계좌로 이전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점도 이전의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연금저축을 이전하려고 할 때 따져봐야 할 점은 제법 많다.
먼저 이동하기에 앞서 연금저축보험, 신탁, 계좌(펀드)간의 장단점을 알고 자신의 리스크 성향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탁과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운용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데 신탁은 주로 채권에 투자해 시중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반면 펀드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 다양하며 시장상황에 따라 운용성과가 달라진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기준 금리와 연동되는 보험회사의 공시이율이 적용된다. 리스크 측면에서 보자면 펀드>신탁>보험의 순이다. 따라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입자라면 연금저축 이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55세 이후 연금을 받는 방법은 일정기간 동안 나눠받는 확정기간형과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형이 있다. 이 가운데 생명보험회사의 연금저축보험만이 종신형을 선택할 수 있다. 의료과학기술 등의 발달 등으로 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종신형의 장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노후의 가장 큰 재무적 리스크는 사망하기 전에 연금자산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종신형 연금이 있다면 오래 사는 리스크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연금저축 이전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오래 전에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했다면 선취 개념의 수수료를 보험사에 다 지불했는데 다른 상품으로 가입하면 또 다시 비용을 떼일 수 있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타 회사로 연금저축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높다. 새롭게 이전해 또 다시 비용을 지불하기 보다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없는 기존의 연금저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연금저축을 보험이나 신탁, 펀드 중 반드시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보험과 신탁, 펀드에 각각 나눠서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모든 상품을 유지하고 납입하는 금액을 불입한도 내에서 배분할 수도 있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각종 이벤트와 인센티브를 내걸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자들을 한 방향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또 다른 재앙을 낳을 수 있다. 이벤트 등에 이끌려 무턱대고 이전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