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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어 나비 날다

  • 2019.01.11(금) 16:11

[페북 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지금은 유명 의류매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역 뉴욕제과는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서로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던 시절
무작정 기다리면서 서성이던 곳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련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던


강남역 뉴욕제과는

1974년 오픈해 38년 만인 2013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남역에 뉴욕제과가 있었다면
종로에선 종로서적이 랜드마크였다.


200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110주년을 맞던 지난 2016년에
종로타워 지하 2층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사람들의 추억 속으로 소환됐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게시판의 메모나 편지를 통해
만나고 헤어지던 낭만이 서린 공간


그 시절엔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그 많은 것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젠 역사 속에서만 숨 쉰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선화랑에선
1월 12일까지 채은미 작가가

'변하지 않는 것들

그리고 빛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작품 소재는 금과 옻, 자개, 빛 등이다.
2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의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 있다고 채 작가는 말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요라고
사람들이 많이 묻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그렇게 말해요.

절대적인 사랑이 있다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작업을 마친 새벽에 핸드폰을 보니
어머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있어 연락을 드렸죠.


그런데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응급실에 계시다는 거예요.


지금 바로 가겠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가 수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제 이름을 두 번 부르는 거예요.


아버지는 의사들이 잘 돌보고 있으니
너는 네 자리에서 너의 일을
계속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 곁엔 엄마가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통화를 마치고 마음 한켠에
은미야 은미야 부르시던
어머님의 목소리가 남아있는 거예요.


도대체 이 감정은 무얼까?
한참 동안 맴돌던 어머니의 음성은
바로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딸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님의 사랑
변하지 않는 어머님의 사랑."

 

 

"큐브가 반사되면서
서로 주고받는 빛의 영향으로
또 다른 공간과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머니에게 받은 그 사랑의 빛은
저에게 부딪히고 저는 또 그 빛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저는 작가잖아요.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면서
사랑의 그 빛을 전하려고 해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이유는
제 역할을 통해 그 빛을 사회에
전달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금과 자개, 1861개의 금색 큐브를
사용해 제작한 작품입니다.


나비를 소재로 한 이유가 있는데
나비 한 마리가 날개가 찢어진 채
날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상처난 나비를 보면서 
씨앗을 심고
그 씨앗에서 어느덧 잎이 나고
또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나비의 몸에 꽃이 만발한 채로
하늘 높이 날아가는 상상을 했어요.


세상과 단절되어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이
한강을 걷는 것이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던 게 걷기인데
저 또한 나비처럼 다시 한 발짝 내딛고
세상으로 날아오르고 싶었나 봐요."

 


채은미 작가의 말처럼
우리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모든 불순물을
고통스럽게 태워내고
오직 순수한 물성으로
견고하게 침묵하는 금빛은
더욱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탄생한다"라고 채 작가는 이야기한다.


새로운 한 해가 문을 열었다.


올 한해 삶의 궤적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기록으로
기억의 한켠에 자리잡을 것이다.


상처난 날개가 치유받아
모두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멋진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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