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투자는 기업의 재정적 측면에서 매우 똑똑한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도 옳은 일이다."
노르웨이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의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 25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국민연금의 기업관여와 기업의 사회적책임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강연했다.
지속가능한 투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단순히 기업의 수익창출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투자행위가 주주와 환경, 지배구조 투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고려한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앞 글자를 따 ESG투자라고 한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투자를 신임의무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면 수익이 떨어질 거라는 잘못된 미신은 이제 북유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조직들이 지속가능성을 투자 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투자 기준, 3가지를 기억하라"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 적극적 행동·해결책·배제 등 3가지 기준에 맞춘 투자전략을 강조했다.
3가지 투자전략은 ▲자산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업정책에 관여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지속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투자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파악해 기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개선할 여지가 있는 기업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게스타드 대표에 따르면 스토어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이후 석탄기업의 주가는 떨어졌고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이 73%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스토어브랜드는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생산과정에서 저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펀드를 구축했다. 또 환경 측면뿐만 아니라 인권, 잘못된 비즈니스 관행, 상품관련 기준 등도 기업투자 기준으로 삼아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투자 과정에서 정부 등 규제당국과 꾸준히 대화하고 우리가 가진 생각을 기업과 소비자들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100여개 기업에 투자
스토어브랜드는 1767년 시작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자산운용사로 현재 세계 300개 기관투자자와 기업의 주식과 고정수입, 개인자산, 부동산 등 890억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한다. 그만큼 스토어브랜드를 신뢰하는 고객들이 많은 것이다.
스토어브랜드는 1995년 지속가능한 투자를 시작해 23년간 사회적책임투자 경험을 쌓았다.
스토어브랜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는 한국기업도 있다. SK하이닉스·현대모비스·LG전자·삼성전자 등이다. 이들을 포함해 국내 10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약 100억 크로네(노르웨이 화폐단위), 한국돈으로는 1조3300억원 가량이다.
사우게스타드 대표는 "최근 한국기업의 투자 기준은 지배구조에 집중되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형태를 중시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고 부패 등 비윤리적인 행동에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해서는 "단순히 한국기업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다면 다른 자산운용사에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