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말한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을 따질때 기업의 수익성만 보지 않고 환경에 유해한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는지, 노동자의 인권은 제대로 지키는지,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는 건실한지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ESG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전반적인 책임투자 흐름을 주도하는 곳이 영국 런던에 자리잡은 UN PRI라는 기관이다. UN이 지원하는 전 세계 책임투자 네트워크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이 기관이 제시하는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했다.
"PRI가 상당히 빨리 책임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을 책임투자의 영역으로 이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PRI의 책임투자 원칙은 2006년에 발표됐지만 그 이전 1997년 교토의정서 때 대두된 환경문제 등으로 오래전부터 사회책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당연히 투자부분에서의 책임도 동반되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CSR'은 한국에서도 어느정도 자리잡아가고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단순히 수익률만 좇지 않고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CSR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 아시아에 낯선 책임투자…"지원 확대 계획"
PRI가 제시하는 책임투자 원칙은 총 6개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기본 바탕은 ESG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아직 PRI에 서명한 기관투자자 숫자가 적다. 가장 많이 서명한 일본(62개)을 포함해 144개 기관 밖에 안 된다. 한국은 국민연금, 서스틴베스트 등 6개 기관만이 서명한 상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기관투자자에게 아직 ESG 혹은 책임투자란 개념은 낯설다.
파비앙 이사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 가운데 PRI의 책임투자 원칙을 잘 수행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며 "특히 프랑스는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직접 리드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아시아국가들이 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책임투자를 눈여겨 보고 있다. PRI도 이러한 점을 포착, 아시아 국가들의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파비앙 이사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책임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PRI에서도 더 지원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PRI에서 직접 아시아로 전문가를 파견, 책임투자에 대한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 세계3위 연기금,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는
세계 3위 연기금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아직 책임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635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 중 책임투자에 운용되는 자산은 약 7조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또 2016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에도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아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비앙 이사는 "국민연금은 공적기관이기 때문에 규모와 책임에 비례해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 수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장기적 성장의 관점에서 책임투자를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경영을 했을 때 투자자들이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PRI가 이러한 기업들에게 어떻게 투자해야한다고 직접 조언하지는 않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단기적 수익에만 매달려 책임을 간과하지 말고 지속 불가능한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