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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기업이 답이다]⑦"좋은 일자리, 기업서 나와야"

  • 2018.10.23(화) 17:33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혁신성장 핵심으로 빅데이터에 주목

"임금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순리다. 근로 시간 단축도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올린다는 접근 보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시간을 단축한다는 발상이 옳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쓴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이스트(KAIST) 도곡캠퍼스에서 만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기업의 기(氣)를 죽이는 것은 경제를 죽이자는 얘기"라며 기업 스스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이 이사장은 지난 1985년 국내 벤처의 효시격인 메디슨을 창업한 벤처 1세대 인물이다.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맡아 코스닥과 벤처기업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벤처붐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민간 정책 연구단체인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카이스트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
 
국가 경쟁력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년간 데이터 쇄국주의 타파를 위한 서명 운동을 직접 펼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관련 포럼 및 세미나를 비롯해 30여권의 저서 출간 등 왕성한 학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분야 대표 석학이다. 
  
이 이사장은 일자리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이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노동 유연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부담은 137개국 가운데 95위로 낮다"며 "순위가 낮을수록 규제 부담이 크다는 것인데 한국은 OECD 국가를 비롯해 후진국들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업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고용 창출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권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고용을 일으키려다보니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금으로 질 낮은 공공 일자리를 만들려다보니 '좋은 일자리', 즉 질 좋은 민간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국내 대기업들의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높은데다 노사관계도 경직되다보니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며 "좋은 노동은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노동의 방법과 시공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과 근로시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가치 회복이고 이와 더불어 노사가 협력해 부가가치 창출과 분배를 선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진정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정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기존 일자리의 상당수는 사라지고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4차산업혁명의 실질적 출범을 위해, 아울러 진정한 혁신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데이터 활성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오는 2030년이 되면 일자리의 50%가 파괴되고 파괴된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 본격화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춤과 예측, 즉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조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주목하는 데이터 활성화는 혁신성장의 핵심이다. 4차산업혁명에서 IT는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이전하는데 이 클라우드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일종의 데이터 고속도로다. 맞춤형 정밀 의료진단 정보나 스마트공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들, 자율주행차가 움직일 수 있는 수많은 교통정보 등은 이 교통망을 타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데이터 고속도로가 규제 바리케이트에 막혔으나 최근 정부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선언하면서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를 두고 "한국의 4차산업혁명을 가로막아 온 '데이터 쇄국주의'를 혁파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공공기관들과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서 클라우드 사용 규제가 혁신성장을 막아왔다"라며 "클라우드법의 산업별 예외 조항을 삭제해 데이터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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