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 문제로 산업 성장의 잠재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요즘이다.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금의 일자리 상황을 살펴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조명해본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전자, 통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네이버·카카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들이 매년 대규모 채용을 하고 있다. 성과보상제 시행과 일하기 좋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곳도 ICT 기업이 원조다.
이들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 인력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따라 잡기 위해 직접 인재 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대규모 투자도 이뤄진다. 자연스럽게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역대급 채용 나선 삼성전자, '취업교육·창업' 지원
반도체 호황으로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8월 '3년간 180조원 투자·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초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고용 규모를 약 2만~2만5000명 수준으로 잡았으나 이보다 두배 가량을 늘린 것이다. 특히 전체 실적에서 절반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반도체 사업은 공장 증설에 100조원 가까운 자금 투입과 함께 역대급 채용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달초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2년간 코딩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월 10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해 경쟁력을 키워준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해외 연구소에서 실습 기회도 얻는다.
창업 인재도 육성한다. 삼성전자는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일반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을 키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얼마전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331개 스타트업이 몰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상현실, 인공지능, 바이오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과 관련된 곳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는 지난 8월13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브리핑실에서 향후 5년간 미래기술 투자에 1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혔다. 장재수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장(왼쪽부터),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KT, 4차산업혁명 인재 직접 교육
통신사 가운데선 KT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KT는 향후 5년간 23조원을 투자하고 대졸직 6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와 클라우드, 인공지능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 및 인재 확보에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우선 맞춤형 무상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5G와 AI와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은 일반 학생들이 대학에서 접하기 어려운 첨단 분야인만큼 회사가 팔을 걷어 부치고 교육에 나선 것이다. KT는 ‘AI아카데미’란 무상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4차산업아카데미'와 '5G아카데미' 등 교육 과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 곳에서 연간 400명씩 5년간 2000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미 KT그룹은 AI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27명의 인원을 선발해 AI, 클라우드 특화 교육을 무상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10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미취업인력의 경우 KT 인턴십 등 채용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아카데미를 4차산업아카데미와 5G아카데미로 확대하고, 교육인원도 연간 4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교육 수료생에 대해 취업과정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 몸집 불리는 네이버·카카오, '인적자원=경쟁력'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로 외형을 키워나가면서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20여년 전 벤처로 출발해 지금은 인터넷 생태계의 거목으로 성장하면서 후배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력인 검색광고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벗어나 요즘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핀테크(FinTech)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무인자동차, 스마트홈 등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핵심 경쟁력인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인력은 9000명. 이는 작년말 8000명에 비해 1000명 가량 증가한 수치다. 계열사 수는 국내만 44개, 일본 법인인 라인을 포함해 해외까지 합치면 총 100개에 달한다. 주력인 검색을 기반으로 쇼핑과 웹툰, 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활발한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수시로 인재를 영입하면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카카오 직원수는 5800명에서 6600명으로 800명 가량 확대됐다. 카카오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이후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게임과 음악, 콘텐츠, 택시, 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면서 볼륨을 더욱 키우고 있다. 6월말 기준 계열사수는 84개에 달한다.
◇ "4차산업혁명에 최적 일자리 ICT서 나와"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ICT 기업의 고용 창출이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ICT 기반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높고 산업 특성에도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펴낸 'ICT를 활용한 서비스산업 일자리창출 전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 10명 가운데 8명이 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상호 작용과 감성 역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ICT 서비스 직무에 경쟁력이 있으므로 고용 증대를 위해선 관련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현재 우리 한국의 일자리 구조는 평탄한 산업사회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인력이 매우 많고 역량이 있는 여성 인력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자리 구조 선진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므로 선진화 방안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ICT기업 관계자는 "무형의 인터넷 서비스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인력을 확보하느냐에서 결정된다"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서비스 유지와 미래 먹거리를 위해 글로벌 각국의 우수 두뇌를 영입하고 있는데 네이버, 카카오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인력 채용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