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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기업이 답이다]②'官은 거들 뿐…주인공은 民'

  • 2018.10.16(화) 10:00

정부 주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한계
기업이 고용지표 주축…자율성 보장해야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 문제로 산업 성장의 잠재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요즘이다.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금의 일자리 상황을 살펴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조명해본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지난 9월 국내 실업자수가 102만4000명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대치다. 실업 인구는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계속된 고용지표 악화에 정부도 난색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8월 고용지표 발표 직후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는 해명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모든 정책의 맨 앞자리에 '일자리'를 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안간힘을 쓰지만 안쓰럽게도 고용지표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민간 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의 키를 돌려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 취업은 최소, 실업은 최대

 

꼭 1년 전이다. 정부가 작년 10월 내놓은 '일자리 정책 로드맵'은 고용을 늘리고, 소득도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81만개 늘리는 한편 민간부문은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여건을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고용 개선을 위한 해결책은 일단 공공일자리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4만5000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0.17%에 그친다. 그나마 한 달 전보다는 낫다. 8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이 0.0001%였다. 직전인 2015년과 2016년 취업자 수 증가율이 1.3%, 1.2%였던 것을 감안하면 작년 초 취업자 증가세가 반짝 나타난 뒤 작년 하반기 이후 일자리 늘리기는 실패했다는 얘기다.

 

실업자 규모로 본 고용상황 역시 최악이다. 지난 9월 실업자 수는 102만4000명으로 1년전보다 9만2000명 늘었다. 9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5만5000명) 이후 가장 많다. 실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실업률은 3.6%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까지 10%를 웃돌았던 청년(15~29세) 실업률이 8.8%로 낮아진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고용통계를 들여다보면 공공 일자리는 늘었지만 민간 일자리는 더 큰 폭으로 줄어가고 있다. 산업별로 볼 때 9월 기준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부문 일자리는 1년 사이 2만7000개 늘었다. 하지만 제조업은 4만2000개, 도소매·숙박·음식 부문은 18만6000개 감소했다. 공공 중심 일자리 늘리기의 민낯이다.

  

 

◇ "공공일자리 늘리기, 답 아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미 한국의 공공 위주 일자리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청년실업 문제에 구조적 원인이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낫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ADB는 지난 4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은 OECD 다른 국가의 개선 추세와 달리 악화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경제 활력이 위축된 배경이 있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선제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분야 일자리만으로 늘어나는 구직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공공분야 일자리는 공공 서비스 수요에 맞춰서 계획돼야지 실업률 해소를 위해 동원돼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공공분야 일자리가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란 게 ADB 조언의 골자다.

 

보고서의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일자리를 늘리기가 절실하다'는 처방이다. ADB는 "규제 완화 등 정책 노력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워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직업교육 등으로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8대 그룹 398조'로 고용 늘리려면

 

 

하지만 이런 지적과 달리 민간기업을 향한 정부 규제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특히 그렇다. 협력업체나 비정규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하거나,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보니 민간 기업에서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채용마저 줄이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소매·숙박·음식) 취업자수의 역주행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정부는 기업들에도 일자리 늘리기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삼성 ▲SK ▲포스코 ▲현대차 ▲한화 ▲GS ▲LG ▲신세계 등 국내 8개 대기업집단이 공식적으로 밝힌 투자 규모는 향후 1~5년간 398조원, 채용규모는 22만9000명에 이른다. 그 과정에 '기업 팔 비틀기' 등의 잡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단 일자리 측면에서 대기업 투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가 실질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성장 사업 육성에 필요한 규제 장애물을 없애줘야 투자 계획이 실제 집행되고 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느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앞장서 채용을 늘리면 중견·중소기업 등 전반적인 고용시장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는 거들뿐, 고용창출은 기업이

 

▲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물류산업 청년 채용박람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는 올해 일자리 늘리기 예산에 19조2312억원을 배정한 데 이어 내년에는 23조4573억원을 편성했다. 각각 전년대비 13%, 22% 증액한 규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고용정책 보정과 기업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이 병행돼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주도, 정부 중심의 현재 방식보다는 민간 주도, 국민중심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새 일자리 창출 생태계를 구축하는 정책적 부축도 필요하다.


결국 일자리 정책은 민간 고용창출력 제고에 방향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 구체 방안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규제개혁과 신성장 산업 발굴로 기업 고용 확대 기회를 줘야 경기와 고용 지표가 함께 우상향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고 민간 고용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등 생산자원이 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시장거래의 공정성 강화, 연구개발(R&D) 및 인적자원 육성 투자 활성화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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