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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의 두얼굴]⑤삼성보다 비싼 '코레일'

  • 2018.10.25(목) 08:20

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유통으로부터 순매출액 1.6% 수수료 수취
대기업 수수료율의 3배... 적자난 관광개발에서도 수수료 받아
수수료부담→자회사 경영압박→서비스 품질 저하 악순환 우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일반 대기업보다 3배 이상 비싼 상표권 수수료(브랜드 로열티)를 자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수수료는 자회사 경영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철도이용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는 자회사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철도 독점사업자인 철도청은 2005년 철도공사로 재출범하면서 코레일(KORAIL)을 CI로 정하고 상표권을 등록했다. 이후 자회사로부터 상표권 수수료를 받고 있다.

25일 비즈니스워치가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부산진구을·국토교통위원)이 철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철도공사는 지난해 코레일 이름을 쓰는 5개 자회사로부터 총 61억1800만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받았다.

 

 

기차역 식음료유통사업을 독점하는 코레일유통이 45억14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냈다. 매표창구·고객센터를 담당하는 코레일네트웍스가 7억3100원, 열차 승무서비스·서울역 도시락매장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이 5억5300만원을 지불했다. 철도전기설비를 담당하는 코레일테크, 물류를 맡고 있는 코레일로지스도 각각 2억원, 1억2000만원을 상표권 수수료로 냈다.

 

자회사 5개가 내는 전체 수수료의 74%를 코레일유통이 부담한다. 또 코레일유통·네트웍스·관광개발 3개 회사가 전체의 95%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표권 수수료는 매출액에서 일정비율을 내는 방식이어서 금액 못지않게 수수료율이 중요하다. 철도공사 자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상표권 수수료율은 ▲코레일유통 1% ▲코레일네트웍스·관광개발 0.95% ▲코레일테크 0.60% ▲코레일로지스 0.25% 순이다.

코레일유통이 부담하는 수수료율(1%)은 국내 유명 대기업의 상표권 수수료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유명 대기업 가운데 상표권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타이어(0.75%)인데 철도공사의 3개 자회사가 내는 수수료율은 한국타이어보다 높다. 삼성은 0.5%,  현대차·SK·LG는 0.2%, 롯데는 0.15%로 책정돼 있다. 평균적으로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0.3% 수준을 내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유통·네트웍스·관광개발은 유명 대기업보다 3배가량 많은 수수료를 모회사 철도공사에 내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 자회사들의 실제매출액을 감안한 수수료율은 더 높다.

코레일유통이 내는 상표권 수수료율 1%란 수치는 총매출액 기준이다. 하지만 총매출에는 코레일유통이 관리하는 기차역사내 음식점·카페 등 임대사업자들의 재료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금액(회계상 용어는 특정상품매출원가)을 제외한 코레일유통의 순매출은 2800억원이며 순매출 기준 수수료율은 1.58%이다. 국내 어느 대기업도 범접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특히 적자가 난 자회사에도 꼬박꼬박 상표권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 등 일반 대기업들은 적자가 난 자회사에게는 상표권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경우가 많지만 철도공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32억2100만원, 2억4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6억900만원, 5억5300만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모회사 철도공사에 지불했다.

결과적으로 철도공사 자회사들은 어느 대기업 계열사보다 높은 수수료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고스란히 자회사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진다.

철도공사 자회사들은 기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편의와 안전에 직결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나 과도한 수익창출에만 골몰한다면 공공서비스 기능을 가진 이들 자회사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많은 상표권 수수료를 내고 있는 코레일유통은 기차역사내 음식점·카페를 관리하고 편의점 스토리웨이를 운영한다. 코레일유통은 그동안 기차역 매장들과 계약할 때 고가임대료 등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세 번째로 많은 상표권 수수료를 내는 코레일관광개발은 KTX승무원 해고사태의 중심에 서있던 곳이다. 열차승무서비스를 담당하는 이 회사는 2006년 KTX승무원을 해고했고, 이후 승무원들은 기나긴 투쟁 끝에 지난 7월 철도공사 본사 경력직으로 특별 채용됐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승무원들은 여전히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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