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서는 흔히 '일감몰아주기'로 통칭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정부안은 사익편취 금지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재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 20%로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총수일가가 상장회사 지분을 29.9% 가지고 있다면 지금은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9.9%를 팔거나 부당한 내부거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자산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적용받는데 너나할 것 없이 한 두 곳 이상의 계열사가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현대차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29.9%)가 보유한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 남매(29.9%)의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사정권이다.
뿐만 아니라 사익편취 규제 대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다. 총수일가가 '한 다리 건너' 간접지배하고 있는 형태도 규제 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단체급식 및 식자재 업체 삼성웰스토리와 건축설계 업체 삼우종합건축사무소는 이재용 부회장 일가(31.1%)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들이다. 사정권에 든다.
재계는 이 조항과 관련, 지주회사 제도와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주회사 체제는 총수일가→지주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있는데 간접지배 형태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지주회사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정부 개정안 가운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상향 조치와도 맞물려 있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사익편취 금지 규제 조항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다.
자유한국당은 작년 대선 공약으로 이번 정부안과 똑같은 내용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규제 대상인 총수일가 주식보유비율이 상장사 30% 이상으로 너무 높아 실효성이 없다"며 "법 개정은 물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에 대한 상시점검, 법위반 혐의시 직권조사 등 엄격한 법집행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까지 정부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과 관련 '(사안이 중대한)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문제 삼는데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정부는 이번 전면개정안에서 ▲가격 담합 ▲공급 제한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 ▲입찰 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담합에 대해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경성담합은 음지에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검찰의 강제조사권을 통한 증거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전속고발권 폐지가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검찰과 공정위의 중복 조사, 고발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발남용에 대한 방지책, 공정위와 검찰의 판단 차이가 발생할 경우 조정방법, 검찰의 수사 범위를 명문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또는 개정을 약속한 바 있지만 지금은 전속고발권 폐지는 '기업 옥죄기'라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