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기후변화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0년 전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보고서 발간 당시 언급했던 추천사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전히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정부와 기업, 시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설파했다.
CDP한국위원회(사무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주최로 24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기후변화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20분간 기조연설을 한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재직 당시 느낀 어려움 중 하나가 세계지도자, 기업 대표들이 기후변화 심각성과 긴급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의 경험을 풀며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극과 북극 등 주요 기후변화 현장을 수차례 방문했다"며 "키리바시, 솔로몬군도 등 수몰 위기에 있는 섬나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2009년 사무총장 재직 당시 CDP보고서가 발간됐는데 당시 추천사에 담은 내용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기후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을 맡았다는 점을 소개하며 최근 국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도 강조했다.
그는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위원장 업무를 시작하는데 서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없다"며 "기후변화 문제는 정파와 이념 인종, 국경을 떠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한 우리 공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무엇보다 정치·산업·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기업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활동이 투자자와 소비자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받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환영사를 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공무원·사학연금이 석탄기업에 투자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세계 3대 연기금으로서 사회책임투자, ESG투자원칙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부분 기업 지배구조에만 집중되어 왔는데 올해부터는 책임투자와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물을 바탕으로 책임투자를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상장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ESG 활동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었다"며 "법안이 통과하면 기후변화와 물 등 환경정보가 투명하게 공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총 24곳(중복 수상한 기업 제외)이다.
CDP코리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물산 ▲KT ▲신한금융그룹 ▲현대건설이다.
탄소경영 아너스클럽에 선정된 곳은 ▲신한금융그룹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이다. SK건설과 한국남동발전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탄소경영 특별상을 받았다. 물 경영 우수기업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