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많은 청년 취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금융권 채용비리를 기억하시나요. 온갖 청탁과 시험점수 조작 등이 적발되면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는데요.
하지만 채용비리 책임자 처벌 과정에서 회장 등 최고직은 불기소 처분되고 임원과 실무를 담당한 사람들만 기소되면서 몸통은 놔두고 꼬리만 잘랐다는 비판이 지금까지도 제기되고 있죠.
당시 은행권 채용 비리를 처음 이슈화한 사람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었습니다. 심 의원은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때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폭로했고 이후 다른 은행의 채용비리까지 알려진 것인데요.
심 의원은 이후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일정기간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임원 자격 금지 규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번째로 일반적인 법령을 위반해 금고이상 실형을 받으면 형의 집행이 끝난 시점부터 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두번째는 금융관련 법을 위반한 사람은 금고형보다 낮은 벌금형만 선고 받아도 5년간 임원 자격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사처벌과 관계없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3~5년(문책경고 3년, 직무정지 4년, 해임 및 해임권고 5년)간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러한 3가지 유형 외에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람도 5년간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채용 비리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 그리고 채용비리에 연루되면 임원 자격을 박탈당하고 이는 곧 업계에서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개정안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 국회에는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람은 영원히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습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데요.
지금은 금융관련 법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집행 완료후 5년간 임원이 될 수 없지만, 개정안은 '5년'이란 단어를 삭제한 것입니다. 영구적으로 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제재 강도가 센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심하지만 고객 돈을 굴리는 금융회사의 임원이라면 채용비리든 금융범죄든 연루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임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금융회사에 ‘취업금지 명령’이란 제도를 통해 중대한 법규 위반자는 사실상 퇴출시키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