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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롯데주류 처음처럼은 친일파소주?

  • 2019.10.11(금) 10:39

한·일 공시시스템에 나타난 주주·지분투자 관계 분석
인수합병 계보·모태기업 설립자 친일 행적 등 봤더니

스크롤압박 방지용 요약

①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거짓
롯데주류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로 지분 개념 없음
범위를 넓혀 롯데칠성 주요주주 명단에도 아사히 없음
아사히홀딩스·아사히맥주 지분투자 내역에 롯데칠성 없음
롯데칠성-아사히 합작사 롯데아사히주류는 맥주 수입업체

②롯데주류는 친일파가 만든 회사에서 시작했다? → 사실
친일파 최준집이 1926년 설립한 강릉합동주조에서 시작
이후 친일 행적 논란있는 두산 거쳐 롯데칠성으로 넘어옴

③하이트진로는 토종기업이다? → 절반의 사실
하이트맥주는 적산기업 뿌리, 친일파 민영휘 후손 경영
하이트맥주가 인수한 진로는 토종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

대체 무슨일?

얼마 전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를 만드는 롯데주류가 일본 관련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주류는 지난 2일 "일본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심각한 모욕적 표현을 반복한 게시물 20여건에 대해 추가 유포 중단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갖고 있다’, ‘처음처럼 소주를 먹으면 아사히가 수혜 본다’ 등의 주장을 대표적 허위사실 유포 사례로 들었습니다.

롯데주류의 제품들이 불매운동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경쟁사 하이트진로(테라 하이트 참이슬)와 오비맥주(카스)가 대체품으로 거론되기도 했죠. 그렇다면 팩트는 무엇일까요.

팩트체크①日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 가지고 있다? 거짓

롯데주류는 주식회사 형태의 독립법인이 아닌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를 뜻하는 단어여서 애초 롯데주류의 지분이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2011년 롯데주류의 전신 롯데주류비지(BG)를 흡수합병하며 주류사업부가 된 것인데요, 합병 전에도 롯데주류비지 지분은 롯데칠성음료가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며,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과거형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따져보자면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몸통'인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데요. 올해 6월말 기준 롯데칠성음료 분기보고서에 나온 주요주주 명단을 보면, 롯데지주(26.54%, 이하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롯데알미늄(8.87%) 롯데장학재단(6.28%) 호텔롯데(5.92%) 등 롯데계열사, 신격호(1.30%) 신영자(2.66%) 등 롯데총수 일가, 국민연금공단(9.16%) 버뮤다국적의 펀드 오비스인베스트먼트(5.42%) 등 기관투자가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요주주 명단에 아사히맥주는 없습니다. 크로스체킹을 위해 일본 공시시스템(EDINET)을 살펴본 결과, 일본아사히홀딩스와 아사히맥주의 연차보고서에서도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롯데 계열사 관련 투자내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와 아사히는 롯데아사히맥주란 합작회사를 2000년 한국에 만들었는데 이 내용이 일부 오해 또는 의도된 편집을 거쳐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측면도 있습니다.

롯데아사히맥주는 일본 아사히맥주를 우리나라에 수입·판매는 회사입니다.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1주, 롯데칠성음료가 50%-1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해마다 약 500억원 규모의 아사히맥주를 수입합니다. 작년 매출 1247억원에 순이익 66억원을 올렸고,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가 각각 배당금 18억7500만원씩 나눠가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입맥주시장 1위를 기록하던 호시절의 얘기이고, 올해 불매운동 여파로 롯데아사히주류의 매출과 순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아사히그룹홀딩스과 롯데칠성음료가 나눠가질 배당금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팩트체크②롯데주류는 친일파가 만든 회사에서 시작했다? 사실

롯데주류를 둘러싼 루머 중 일본 아사히맥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앞서 살펴본 대로 팩트가 아닙니다만 또 다른 논란은 '친일파가 세운 기업 아니냐'는 겁니다. 롯데주류 홈페이지는 1926년 강릉합동주조에서 회사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강릉합동주조를 만든 사람은 일제강점기 '강릉 최부자'로 불린 최준집이란 인물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을 보면, 강릉에서 1893년에 태어난 최준집은 1936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를 세 차례 연임했고, 내선일가(內鮮一家, 조선과 일본은 하나) 건설을 강령으로 내건 시중회(時中會) 이사로도 활동했습니다. 본업이 사업가인 최준집은 강릉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했는데 주류를 제조·판매하는 강릉합동주조와 함께 경강육운, 동해흥업 등을 설립하고 사장도 지냈습니다.

최준집은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자수해 기소유예 판결을 받고 강릉합동주조와 동해상사 사장으로 활동하다 1970년 6월 사망했습니다. 최준집의 아들이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돈웅은 1957년 강릉합동주조에 입사했고 부친 사망 후 강릉합동주조가 이름을 바꾼 경월주조 사장, 경월 회장을 지내다 1993년 경월의 경영권을 두산에 넘깁니다.

두산으로 넘어간 경월은 두산경월을 거쳐 ㈜두산 주류사업부(BG)가 됐습니다. '처음처럼' 소주가 나온 것도 롯데주류 시절이 아닌 두산주류 시절(2006년)입니다. 이후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 속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2009년 두산주류는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돼 지금까지 이어져 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주류의 역사는 두산주류를 거슬러 올라가, 친일파 최준집이 만든 강릉합동주조에서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TMI①롯데주류 전신 ‘두산주류'도 친일파의 후손= 최준집(강릉합동주조·경월)과 롯데주류 사이에는 두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최준집 일가로부터 경월을 사들인 두산도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두산 창업주 박승직은 1909년 11월 안중근 의사에 의해 처단된 이토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대추도회의 발기인과 위원을 맡았고, 1924년엔 일선융화(日鮮融和,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중 하나로 조선과 일본을 하나로 융합하자는 주장)를 표방한 조선실업구락부 발기인, 동민회(同民會) 평의원을 지냈습니다. 두산의 시초로 보는 '박승직상점'도 일제강점기 후반 미키(三木)상사란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팩트체크③하이트맥주, 해방후 친일파 후손이 경영(feat. 의미없어 국내최초)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도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적산기업이 모태입니다. 먼저 오비맥주 홈페이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회사의 출발은 쇼와(昭和)기린맥주인데요. (쇼와(昭和)는 20세기 일본의 연호 중 하나)

쇼와 8년인 1933년 12월 일본 기린맥주가 조선쇼와기린맥주를 만듭니다. 이때 두산 창업주 박승직은 쇼와기린맥주 주식회사의 주주와 취체역(이사)으로 활동했습니다. 쇼와기린맥주는 1934년 4월 영등포공장을 만들어 본격 생산에 들어갔지만 11년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하며 적산기업이 됐고, 이후 동양맥주로 이름을 바꿔 두산 2세(박두병)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양맥주는 1995년 영문이름(OB, Oriental Brewery)의 앞 글자를 딴 오비맥주로 사명을 바꿨으나 외환위기 이후 두산그룹 구조조정으로 벨기에 인터브루에 매각됐고,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며 현재는 AB인베브의 자회사가 됐습니다.

하이트와 테라를 만드는 하이트맥주의 모태도 대일본맥주(지금의 아사히·삿포로맥주의 전신)가 1933년 8월 한반도에 세운 조선맥주입니다. 이 역시 하이트맥주 홈페이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내용인데요.

같은 해 생긴 조선쇼와기린맥주보다 약 4개월 빨랐고, 이 때문에 하이트맥주는 자사가 '국내 최초의 맥주회사'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알고 보면 '국내 최초'란 타이틀은 당시 일본 맥주업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대일본맥주와 기린맥주가 한반도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던 시기 누가 몇 개월 빨랐느냐의 차이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방 후 적산기업 조선맥주를 인수한 사람은 민덕기입니다. 민덕기의 증조부 민영휘, 조부 민대식은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와있는 대표적 친일파인데요. 민영휘는 한일병탄 과정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조선귀족령'에 따른 자작 작위를 받았고, 민대식은 친일단체 동민회 활동 등을 했습니다. 특히 민대식은 동일은행(훗날 조흥은행)의 대표취체역(대표이사)이던 1933년 4월에 고사기관총 1정을 일본군에 헌납하기도 했고, 그해 10월 조선맥주 취체역(이사)을 맡기도 했습니다.

조부 민대식이 인연을 맺은 조선맥주의 경영권은 해방후 그의 손자 민덕기에게로 넘어갑니다. 이후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를 만들며 승승장구했으나 약 20년 뒤인 1966년 회사경영이 어려워져 부산의 대선주조 박씨 일가에게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지금은 대선주조 박씨 집안 중 셋째 박경복 가문의 회사가 되었고, 오늘날 3세대(박경복-박문덕-박태영)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이트맥주의 전신 조선맥주(왼쪽)는 1933년 대일본맥주가 만든 일본기업이며, 1960년대까지 친일파 후손이 경영했다. 진로소주(오른쪽)는 1924년 보통학교 교사 장학엽이 만든 진천양조상회가 출발이다.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합병해 하이트진로가 됐으나, '하이트'와 '진로'의 출발은 다르다. [사진=하이트진로 홈페이지]
팩트체크④진짜 토종기업은 '진로'…흩어진 '소맥'

소주시장 점유율 1위 참이슬, 국산맥주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카스는 원래 진로그룹이 만들던 것이었습니다.

진로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의 진천양조상회에서 출발한 기업인데요. 이때 진로(眞露)란 상표를 만들었습니다. 진천양조상회 설립자는 황해도 곡산공립보통학교 교사를 지낸 장학엽으로 친일 행적과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롯데주류의 시작인 강릉합동주조의 최준집, 해방 후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를 일으킨 두산의 박승직 후손, 해방 후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를 경영한 민영휘의 후손 모두 ‘친일파’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진천양조상회 창업주 장학엽은 일제강점기 학생들에게 조선어를 가르치고 육영사업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진짜 토종기업이면서 친일 논란과 거리가 먼 곳은 진로 하나인 셈입니다.

진로는 1973년 주식시장에 상장(당시이름 진로주조)하는 등 승승장구 했으나 창업주 장학엽의 2세(장진호) 경영에 접어들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 결국 외환위기와 겹쳐 회사가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2005년 하이트맥주로 인수됐다가 2011년 하이트맥주와 합병해 하이트진로로 이름을 바꿉니다.

오비맥주의 대표 맥주브랜드인 카스도 진로와 미국 쿠어스맥주의 합작사인 진로쿠어스맥주가 1994년 출시한 제품인데요, 모기업 진로가 어려워지면서 1999년 오비맥주가 브랜드를 인수한 것입니다.

종합하면 오늘날 하이트진로(하이트맥주+진로소주) 중 ‘하이트맥주’는 일본 적산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고 친일파의 손을 거쳤습니다. ‘진로소주’는 토종기업이 어려워지면서 하이트가 인수한 것입니다. 따라서 ‘하이트진로는 토종기업인가’에 대한 결론은 ‘절반의 사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TMI②남이섬과 칭다오맥주= 앞서 하이트맥주의 전신 조선맥주는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이 경영했던 곳이라고 했는데요. 민영휘의 또 다른 후손들은 현재 춘천 남이섬(옛 경춘관광개발)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남이섬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양꼬치에 잘 어울리는 칭다오(청도)맥주는 1903년 독일과 영국 상인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인데, 1916년 대일본맥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태평양전쟁 이후 다시 중국 측으로 경영권이 이전됐습니다.

*이 기사는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일본 기린맥주 홈페이지(연표로 보는 기린그룹 역사, 일본맥주 역사 연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롯데아사히주류 감사보고서, 롯데칠성음료 사업보고서, 하이트진로 사업보고서) 일본 전자공시(EDINET, 아사히홀딩스 아사히맥주 연차보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뉴스타파 민국특별기획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0.11 13:40 추가 팩트체크 결과, 칭다오(청도)맥주와 관련 <1903년 독일과 영국 상인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라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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