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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코로나가 일깨운 '한국은행 역할론'

  • 2020.04.21(화) 15:19

금통위원 교체..그들의 회고와 각오
경제위기 한목소리…통화정책 재정립 필요성
"인플레 파이터는 과거유산…지금은 변곡점"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 명성이 이제는 극복해야할 '레거시(Legacy·과거의 유산)'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 4년간의 금융통화위원 활동을 마치면서 조동철 위원이 남긴 말이다. 물가안정에 치중한 지금의 통화정책으로는 저성장·저물가 시대,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 위원은 "발권력은 절대 남용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면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위기국면에서 정책변경을 꺼린 한은 집행부와 금통위 내부 기류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퇴임한 신인석 위원도 이임사에서 "과거와 달리 새로운 중앙은행론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조 위원과 신 위원은 지난 9일 열린 금통위에서도 금리동결(0.75% 유지)에 반대해 소수의견(0.25%포인트 인하)을 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추가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권시장은 이들을 비둘기파로 분류한다.

이날 조동철·신인석 위원과 함께 금통위를 떠난 이일형 위원은 "떠날 때는 말없이 조용히 떠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통화정책과 관련한 언급을 삼갔다. 이 위원은 금통위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불렸다.

21일 신임 금융통화위원 임명장 전달식 후 금통위원 7명이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윤면식 부총재, 서영경·주상영 금통위원, 이주열 총재, 조윤제·고승범·임지원 금통위원/사진=한국은행 제공

이들이 떠난 뒤 21일부터 금통위에 합류한 위원들도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은 출신인 서영경 금통위원은 취임사에서 "코로나19가 중앙은행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한은 역사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0%대 기준금리, 한국판 양적완화, 증권사 직접대출 등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정책들이 코로나19 이후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서 위원은 이를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표현했다.

국내외 경제가 위기국면에 있다는 진단도 대동소이했다.

주상영 금통위원은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에 놓이게 됐다"며 "금융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윤제 금통위원 역시 "세계경제는 큰 혼란기에 빠져있고 한국경제는 그동안 지속되어온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비상한 상황에 처한 시점에 금통위원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위기대응이 시급한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비롯해 7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4년(부총재는 3년)이며 금통위원들이 한꺼번에 교체돼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이번에 한해 고승범 위원(한은 추천)과 주상영 위원(금융위 추천)의 임기를 3년으로 정했다. 조윤제·서영경 위원 임기는 4년이다. 고 위원은 이번에 한은 최초로 금통위원 연임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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