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 유지를 위해 필요시에는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할 것"이라며 "아울러 정책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한다"고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인 연 0.50%로 낮추고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기구에 대출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매입에 나설 의지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번 위기에 대응해오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발권력은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지만 이번 위기에서는 중앙은행이 '크라이시스 파이터(crisis fighter)'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가능성에 경계감을 늦춰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용의 과도한 팽창이나 자산가격 거품과 같은 금융불균형 누증이 위기를 몰고 왔던 사례를 반복해서 봐왔다"며 "선제적인 대응으로 이번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되 위기가 진정되면 이례적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방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예비적 저축 유인 증대, 부채 누증에 따른 수요 둔화, 그리고 디지털경제의 가속화로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연구를 진척시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전략인 'BOK 2030(Bank Of Korea 203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통화정책 운영체계 개선, 디지털화폐 개발 연구, 특별연구원 제도 신설 등 장단기 과제 16개가 담겼다.
이 총재는 "BOK 2030 실행방안이 하반기부터 하나둘씩 본격 추진될 것"이라며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은에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