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부터 반년 단위로 내기 시작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올해는 온라인거래가 주요 분석대상으로 등장했다. 소비자물가가 0%대로 떨어진 배경에는 유가하락과 수요둔화 등 전통적 요인뿐 아니라 온라인거래 확산이 폭넓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복잡한 모형을 만들어 각종 수치를 집어 넣고 결과를 뽑아내는 책상머리 방식 대신 실증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거래 효과를 측정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하이마트 등에 쌓인 롯데멤버스 판매자료 가운데 전자제품·화장품·식료품·가정용품 11억5000만건을 분석했다. '엘포인트(L.Point)'를 적립할 때 기록으로 남는 구매정보가 한은 분석의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다.
분석결과 똑같은 제품이더라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가 매장에서 판매할 때와 비교해 평균가격이 낮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자제품은 7.6%, 화장품은 12.7%, 가정용품은 2.5%가 각각 저렴했다.
식료품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비해 0.1%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도가 핵심인 식료품의 경우 바잉파워와 '1+1' 행사 등 가격할인 면에서 오프라인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다 자주 가격을 조정해 오프라인시장을 잠식했다. 화장품의 경우 오프라인이 1년에 4.3회 가격을 조정할 때 온라인에선 7.0회의 가격조정이 일어났다. 가정용품은 온라인의 가격조정횟수가 오프라인보다 약 3배 많았다. 가격변동 요인을 그때그때 반영하다보니 온라인의 지역간 가격편차도 오프라인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은은 "온라인 거래 확대가 비용절감, 가격 투명성 제고, 경쟁 심화 등을 통해 기업의 가격설정행태를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물가동학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구매나 배달 서비스에 친숙하지 않던 분들이 원격 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거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거래의 물가억제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내비친 발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거래액은 135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 비중의 28.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