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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나? 이동걸'…이주열, 말대신 행동으로

  • 2020.04.09(목) 17:12

한은, 채권 직매입에 산은·수은·기은 채권도 포함
이동걸 산은 회장 "한은 문제의식 안일" 답변 성격
이주열 총재 "주어진 권한 내 최대한 노력 중"

'뿔난' 이동걸 달래기일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0.75%)에서 묶어뒀다. 대신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 등을 한은이 직접 사들일 근거를 마련했다. 여차하면 돈을 찍어내 산은을 도울테니 걱정말라는 의미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0일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한은의 대응에 공개적인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중앙은행의 권한 내에서 금융안정과 경기살리기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이동걸(오른쪽) 산업은행 회장이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한은은 이날 직매입 대상증권에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채권 등을 포함키로 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산업은행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추는 등 급한불을 끈 만큼 시간을 두고 정책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다음번 금통위 정례회의는 내달 28일로 잡혀있다.

금리동결은 금융시장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말 채권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금리동결에 손을 들었다.

지난달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이미 '0%대'로 떨어졌고,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방식으로 무제한 유동성 공급방침을 밝힌 만큼 다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눈길을 끈 건 한은이 직매입할 수 있는 증권범위를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3개 특수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 MBS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온 조치다.

통상 한은은 RP나 통화안정증권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관리한다. 유동성이 넘치면 RP매각이나 통안증권 발행으로 돈을 흡수하고, 부족하면 RP매입이나 통안증권 환매를 통해 돈을 푼다.

RP는 주로 하루나 일주일 등 일시적 유동성 조절에 사용하며, 통안증권은 길게는 2년까지 효과가 발생해 중기적 시계에서 유동성을 조절할 때 사용한다.

정식용어로 '단순매매(Outright Sales and Purchases)'라 불리는 직매입은 활용할 순 있되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다. 한번 매입하면 유동성을 영구적으로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유한 채권을 팔아버리는 단순매각은 아예 전례가 없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한은은 주로 RP 담보로 활용하기 위한 채권이 필요할 때만 직매입을 실시했다. 매입대상 역시 국고채와 정부보증채로 한정했다. 따라서 이번에 특수은행채까지 직매입 범위를 넓힌 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은이 큰 마음 먹고 내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이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인방의 채권을 사주면 유통시장에서 이들 채권의 몸값이 뛰는 효과(채권금리 하락)가 생긴다.

발행금리도 떨어져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3인방이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금융시장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한은의 자금이 국책은행을 경유해 채권시장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현재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인방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규모는 총 41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전체 지원액 100조원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산업은행이 16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기업은행 15조8000억원, 수출입은행 8조7000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시장성 수신비중이 큰 산업은행이 얻게 될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예수금 비중이 1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산업금융채와 차입금 등으로 조달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우리도 할 만큼 한다'며 생색내기 딱 좋은 카드가 직매입 확대인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의 한은 비판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한은 금통위는 중앙은행에 주어진 권한 내에서 금융안정과 경기살리기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밖에서 보면 답답해보일 수 있어도 위기국면에서 해야할 일은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직매입 범위 확대는 한은이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에 속한다.

한편에서는 한은이 더 중요한 이슈를 직매입 확대 카드로 덮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금통위에서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에 대한 직접대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한은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이 총재는 "특정기업에 대한 여신은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기능을 넘어서는 이례적 조치"라며 "그렇기에 정부의견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실무자선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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