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공공택지 벌떼입찰 막겠다는데...구멍 숭숭

  • 2015.08.04(화) 14:51

"당첨 택지 2년간 전매제한"
대형업체 "예외규정 구멍 많아"

#지난 3월 인천 가정지구 5블록 공동주택용지 공급에는 총 437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높은 경쟁을 뚫고 이 땅을 낙찰 받은 사업자는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주택이었다. 호반건설은 이 입찰에 총 23개 계열사를 참여시켰다.

 

#지난 5월 경기 시흥 은계지구 공동주택용지 B5블록 입찰은 6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땅은 19개 계열사를 동원한 한양의 '보성레저개발'이 낙찰을 받았다.

 

정부가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계열사를 동원, 택지를 독식해온 일부 중견 건설사들의 행태를 막기 위해 '전매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잔금을 치를 경우 전매를 허용키로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조성하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를 추첨으로 공급받은 기업이 해당 용지를 2년간 전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 추첨식 입찰에 페이퍼컴퍼니 등 계열사를 다수 참여시켜 용지를 당첨 받는 문제를 막기위해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택지를 공급받은 자가 시행자로부터 공급받은 가격 이하로 전매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전매를 허용하고 있어 낙찰받은 토지를 계열사 간 전매를 통해 모 기업이 사용하는 방식이 횡행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는 공정거래법상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 어렵지만, 이 규제를 받지 않는 중견 건설사들은 서류상 회사나 계열 회사를 만들어 사업자 등록을 딴 뒤 입찰에 참여해 추첨 방식의 택지 입찰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성호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최근 5년간 최대 31개 계열사를 동원해 76개 필지에 신청, 24개 필지에서 당첨됐다. 호반건설은 최대 23개 계열사를 동원해 15개 필지를 따냈다. 반도건설도 27개 계열사로 51개 필지에 신청해 6개 필지를 가져갔다.

 

이번 개정안에는 추첨으로 공급된 공동주택용지는 공급가격 이하라도 계약일에서 2년이 넘지 않으면 전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2년이 지나지 않아도 잔금을 모두 내고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공급가격 이하로 전매할 수 있고, 용지를 당첨 받은 기업이 부실징후를 보이거나 도산해 주택건설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탁 또는 프로젝트금융투자(PFV) 방식의 주택건설사업은 사업자가 공급받은 공동주택용지를 전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형 건설사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라며 제재 수위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계열사를 포함해 1사 1필지로 공공택지 신청 기준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잔금을 납부한 뒤 전매를 할 수 있게 하면 그만큼의 비용만 더 치르고 택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정작 분양 사업성이 있는 택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벌떼 입찰이 판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 세종시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 = 이명근 기자 / qwe123@)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