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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 엘시티 '위장전입' 부추겨

  • 2015.10.13(화) 09:55

"부산 주소이전하면 지역우선 혜택" 판촉
외지 수요로 청약률 끌어올리려 위법 조장

펜트하우스 한 채 가격 67억9600만원, 3.3㎡당 7002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분양가로 '초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 주상복합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외지 예비 청약자들의 '위장전입'까지 조장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개발사업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것도 모자라 흥행을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 전까지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기라"며 수요자들의 위법행위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 "지역우선 받으려면 부산으로 주소 옮겨라?"

 

▲ 해운대 엘시티 더샵 투시도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 및 주변부지에 짓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이날 다자녀·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다.

 

14일 1순위, 15일 2순위 순으로 일반공급분 882가구(특별공급 포함)에 대한 청약 접수 계획이 잡혀있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지난 8일 입주자모집공고와 함께 모델하우스를 개관했다. 자체 집계로 견본주택 개관 이후 한글날 및 주말 연휴를 포함해 나흘(8~11일)간 5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업체 측은 전한다.

 

문제는 시행사인 엘시티PFV가 입주자모집공고 시점 이전에 판촉 활동을 통해 타지역 청약자들에게 '부산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면 지역 우선공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한 점이다.

 

엘시티PFV가 분양대행사 등을 통해 배포한 자료에는 "해운대관광특구에 위치해 (부산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역거주 3개월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공급공고일 하루 전까지 부산으로 주소를 이전하면 부산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당수 매체들이 이를 여과없이 지면에 싣고 있지만 청약자가 실제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청약을 위해 허위 전입신고로 주소지만 옮기는 것은 명백한 '위장전입'에 해당한다.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위장전입이 드러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실적으로 수요자들이 청약을 위해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을 감안하면 건설사가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우선 분양이 적용되는 경우 타지 수요자들이 허술한 행정관리를 악용해 위장전입하는 사례가 있지만 이처럼 건설사가 직접 위장전입을 부추기는 일은 전례가 없다"며 "아무리 청약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한 판촉이라고 해도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해운대 엘시티 더샵 홍보용 보도자료 일부. 밑줄 친 부분이 '위장전입 조장'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다.(자료: 엘시티PFV)

 

◇ "외지 수요 끌어모으기 위해 위법 부추겨"

 

건설업계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수요를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에는 '고분양가'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워낙 고가의 주상복합이다보니 현실적으로 부산 지역 내 수요만으로는 청약 흥행을 낙관할 수 없었다는 게 배경이다.

 

이 주상복합은 전용면적 144~244㎡의 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청약을 하려면 청약예치금을 최대금액까지 채운 청약통장(전용 135㎡ 초과 통장)이 필요하다. 부산 기준으로 1500만원(울산 1000만원, 경남 500만원)짜리 통장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청약예금 가입자(8월말 기준 129만8115명) 중 전용 135㎡ 초과 면적에 청약할 수 있는 최대예치금 가입자는 10만6780명으로 전체의 8.2%에 불과하다. 특히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계약금만 해도 최소 1억원이 넘는 물량이어서 부산 지역만으로는 청약 흥행을 자신하지 못하다보니 타지 수요자들까지 끌어모아야 순위내 청약률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 해운대 엘시티 더샵 현장 인근에 마련된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사진: 엘시티PFV)

 

순위별 청약에서 입주자를 채우지 못할 경우 분양 초기 계약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고, 또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지 않아 미분양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판촉비용이 불어나고 그만큼 사업성은 악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사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흥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엘시티 측은 분양초기 계약자들을 잡기 위해 계약시 1차 계약금을 5000만원(펜트하우스 1억원)만 걸고 나머지 2차 계약금은 내달 말까지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부산지역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최근 부산 분양시장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과열 현상을 빚고 있지만 엘시티 같은 고가주택은 상황이 다르다"며 "엘시티 사업자 측도 이런 부담이 크다보니 타지 사람들의 위장전입까지 부추기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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