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 주상복합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청약 1순위에서 두자릿수 경쟁률로 입주자 모집을 마쳤다. 최근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여온 부산 청약시장의 가(假)수요가 이 고가 주상복합에도 상당히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지난 14일 1순위 839가구(특별공급 43가구 제외) 모집에 1만4969명이 청약했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7.84대 1로 집계됐다.
분양가 67억9600만원(3.3㎡ 당 7002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선보인 전용면적 244.61㎡ E타입 펜트하우스는 2가구 모집에 당해지역 137명이 청약해 68.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모집 단위중 최고 경쟁률이다.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144㎡는 264가구 모집에 당해지역 9411명이 신청해 35.65대 1로 마감됐다. 161㎡는 8.43대 1, 186㎡는 8.6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244.29㎡ D타입 펜트하우스의 경우 4가구 모집에 96명이 접수해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2730만원으로 부산지역 최고가로 분양되며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아왔다. 해운대 해변 조망권을 강점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주상복합이 1순위에 비교적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계약금을 5000만원 정액제(펜트하우스 1억원)로 한 것이 먹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엘시티PFV는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계약 시 5000만원(1억원)만 내고 나머지는 내달 말까지 낼 수 있도록 하는 분납형식을 채택했다. 분양가는 12억~68억원에 달하지만 투자자에게 5000만원만 있으면 분양권을 확보해 전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사가 계약금 분납 방식을 선택한 것은 청약시장이 과열된 부산 지역의 '단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초기 진입장벽을 낮췄기 때문에 고가 주상복합임에도 단기 분양권 매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쉽게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교적 높은 청약경쟁률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워낙 고가의 상품인 만큼 분양권 전매 차익만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미계약분이 생기면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이 붙기 어렵고, 자칫 미분양이 길어지면 분양권을 되팔지 못하거나 해약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 우동 M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최소 12억원에 달하고, 또 층과 향에 따라 분양가 차이를 크게 둔 상품이어서 웃돈이 얼마나 붙을지 알 수 없다"며 "과거 해운대 아이파크나 위브더제니스처럼 미입주나 해약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당첨자라도 계약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엘시티 마스터플랜 투시도(자료: 엘시티PF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