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최근 낡은 소형 아파트로 이사한 화목 부부(가칭)는 부동산중개인이 보내준 평면도를 믿고 가구 배치 계획을 짰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예상보다 집이 좁아 오래 전부터 써 온 장롱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어찌된 사정인지 알아봤습니다.
아파트의 면적을 표시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통상 분양업체는 ▲전용면적 ▲주거공용면적 ▲공급면적 ▲기타공용면적 ▲계약면적을 안내하는데요. 모든 면적을 합한 계약면적이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계약면적에는 복도와 계단(주거공용면적)은 물론 놀이터(기타공용면적)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실 거주공간을 가늠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가구 배치나 도배 계획을 짤 때는 전용면적과 서비스면적을 봐야 하는데요. 전용면적은 거실, 주방, 욕실처럼 가족들의 실 생활공간을 의미하고요. 서비스면적은 서비스로 제공되는 발코니 공간을 뜻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전용면적과 서비스면적으로 나타난 평면도상 수치도 곧이 곧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화목 부부도 전용면적 평면도를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인데요. 부부는 "침실 공간의 가로·세로 실측치가 평면도보다 각각 10cm 가량 짧았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주택법상 설계도는 눈에 보이는만큼을 잰 수치(안목치수)대로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중에 공개되는 평면도는 벽체중심선치수(양쪽 벽의 중심을 잇는 길이)를 따른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쉽게 말해 벽의 두께가 포함된 전용면적입니다.
1998년 관련 규정(주택법 개정) 정비되기 전에 지어졌거나 20세대 미만의 소규모 단지는 평면도가 벽체중심선치수 기준으로 돼 있습니다.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오피스텔의 경우 2015년 이전까지도 관련 규정이 없어 벽체중심선치수를 쓴 평면도가 더 많습니다.
▲벽체중심선치수가 적용된 평면도. 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 |
분양업체들로서는 벽 두께가 포함돼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나는 벽체중심선치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측정한 평면도가 시중에 많이 도는 것이죠.
서울 영등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통상 설계사무소에서 중심선치수를 기준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안목치수로 도면을 가공한다"며 "이 때문에 안목수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건물의 경우 중심선치수를 기준으로 한 평면도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시공한 지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나 소규모 단지라면 이삿짐을 싸기 전에 직접 줄자를 대고 실측을 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에서도 시공사나 분양대행사에서 준 평면도를 가지고 중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실측치를 일일이 알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지어진 건물들은 대개 안목치수 기준으로 한 설계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서 인테리어 계획을 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안목치수가 적용된 평면도. 출처: 서울주택도시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