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가 봄을 맞아 회복세를 나타냈다. 전국 집값은 작년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지난달 이사철에 진입하면서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국내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와중에도 일부 자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매시장에서 매수 문의도 차츰 늘어나고 거래 활기도 한겨울에 비해 개선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세가격도 입주물량이 몰린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지역 별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두 기관의 월별 조사 통계를 통해 3월 주택시장 전반의 흐름을 짚어봤다.
◇ 매매가 상승폭 수도권 비교적 높아
▲ 3월 전국 지역별 주택가격 변동률(자료: 한국감정원) |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6% 상승했다. 작년 10월 0.17%였던 월간 상승률은 지난 2월 0.01%까지 줄곧 낮아져 하락 반전하나 싶었지만 봄을 맞아 이사철 주택 구입 수요가 붙으며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감정원은 "계절적 비수기로 접어들 무렵 나온 작년 11.3 대책으로 인한 관망세와 대출 규제 및 금리 상승, 국내정치 불안 등의 영향으로 4개월 연속 집값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본격적인 이사철 진입과 함께 5개월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0.08%)이 그외 지역(0.04%)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시장조사에서 3월 전국 집값은 전월대비 0.03% 상승했다. 감정원 통계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조사에서도 작년 12월 이후 둔화되던 상승폭이 4개월만에 확대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전체적인 매매수요는 감소했지만 여유자금이 시장에 들어가며 상승폭이 소폭이나마 커졌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수도권은 전월보다 상승률이 0.04%포인트 높아진 0.06%를 나타냈다. 반면 5개 광역시(인천 제외)는 0.03%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낮아졌고 기타 지방은 -0.05%의 변동률로 4개월 연속 약세를 이었다. 전반적인 거래활기나 매수세 비중은 지난 1월 최저 수준을 기록한뒤 2개월 연속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 전국 주택가격 월간 변동률 추이(자료: KB국민은행) |
◇ 강남·서초 다시 꿈틀거리는 재건축
감정원과 KB 조사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서울 강남권 지역 재건축 강세는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조사에서 강원(0.17%), 부산(0.17%), 서울(0.13%) 등은 상승한 반면 세종은 보합, 경북(-0.08%), 충남(-0.06%), 대구(-0.05%) 등은 하락했다.
서울은 25개구중 입주물량이 늘어난 강동구를 제외한 24개구 집값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됐다. 특히 재건축 호재 등의 영향으로 강남3구(강남 0.29%, 서초 0.21%, 송파 0.18%) 상승률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기도는 0.04%의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수원 권선구(0.22%), 광명(0.19%)의 상승률이 높은 반면 김포(-0.16%), 파주(-0.01%)는 약세를 나타냈다.
▲ 서울 구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자료: 한국감정원) |
KB 조사에서는 서울(0.08%), 인천(0.04%), 경기(0.04%) 등 수도권이 모두 전월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광역시 중 부산(0.14%)과 대전(0.04%), 광주(0.01%)는 상승했지만 대구(-0.10%)와 울산(-0.05%)은 전월대비 하락했다. 경북(-0.16%), 경남(-0.13%), 충북(-0.07%), 충남(-0.05%) 전북(-0.01%) 등도 약세였다.
수도권내 세부지역에서는 성남 수정구(0.28%), 서초구(0.21%), 강남구(0.19%), 노원구(0.15%), 고양 덕양구(0.1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성남 수정구는 신흥2구역, 상대원2구역, 금광1·3구역 등 재개발사업 진행 영향이, 서초구와 강남구는 지역내 재건축 단지에 대한 가치 상승 기대감이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으로 분석됐다
▲ 전국 주택 가격 하락 및 상승 상위 지역(자료: KB국민은행) |
◇ '입주 폭탄' 세종, 전셋값 낙폭 커져
전국 전세가격은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0.07% 상승하며 지난달 대비 상승폭 확대(0.04%포인트) 됐고, KB 조사에서는 전월과 같은 0.02%의 상승률이 유지됐다. 신규물량이 과잉 공급된 지역 말고는 봄 이사철 이주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게 KB국민은행 분석이다.
전세시장에서 지역별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난 겨울이후 신규 아파트 입주가 몰린 세종시에서 나타났다. 감정원 조사에서 세종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 1월 -0.03%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접어든 뒤 2월 -0.1%에 이어 3월 -0.75%까지 낙폭을 키웠다. KB 조사에서도 -0.32%의 변동률을 나타내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 지방 전세가격 하락 상위지역(자료: KB국민은행) |
수도권 전세시장을 살펴보면 감정원 조사에서 가격이 평균 0.1% 상승했다. 서울 0.13%, 인천 0.09%, 경기 0.07%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0.38%), 서대문구(0.28%), 용산구(0.26%), 영등포구(0.23%), 구로구(0.2%) 등 직주 근접성이 좋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았다. 인천에서는 부평구(0.21%), 경기에서는 광명(0.44%), 성남 분당구(0.22%) 등의 전세값이 많이 올랐다.
KB 조사에서 수도권 전세는 0.04% 상승했는데 서울 0.05%, 경기와 인천은 각각 0.03%의 변동률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중랑구(0.19%) 상승폭이 컸던 반면 강동구(-0.28%)는 하남미사지구와 지역내 3500여가구 대단지 입주로 8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경기에서는 성남 수정구(0.26%) 전세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반대로 과천(-0.21%)은 하락폭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