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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상하 재통합?'..철도이슈 수면위로

  • 2017.05.04(목) 16:16

유력 대선주자들 "코레일-시설공단 재통합해야"
양 기관 엇갈린 이해..SR도 '통합론' 도마 위에

19대 대선을 계기로 철도산업의 '상하(上下) 분리-통합'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력 후보들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시설공단 간 재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히자 철도산업 내부에서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두 기관은 2004년 분리됐다. 철로 위 열차 운영은 코레일이, 철로를 비롯한 아래쪽 기반시설 건설과 유지관리는 시설공단이 맡는 방식이어서 '상하분리'라고 일컫는다. 국가 기간산업이지만 옛 철도청 시절부터 적자가 지속된 철도산업에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게 분리의 배경이었다.

 

◇ 文·安·沈, '상하 재통합' 찬성

 

▲ 지난달 20일 한국철도건설협회와 한국철도시설협회가 주최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철도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 철도건설협회)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차기 정부에 바라는 철도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미래교통전략연구소장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시설공단이 통합하게 되면 부채가 늘어나 지금의 고속철도와 같은 철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대선후보가 코레일과 시설공단 두 기관의 통합을 찬성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를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5명의 대선 후보에 질의응답을 받은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통합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현재의 상하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내놨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중장기 검토사항'라며 답변을 미뤘다.

 

재통합에 찬성한 후보들은 철도 산업의 공공성을 재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바른정당 유 후보 측은 "통합 시 독점 폐해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통합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후보들의 찬반 의견은 분리된 철도 관련 기관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대체로 코레일 구성원들은 재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시설공단 쪽은 반대하고 있다. 역시 공공성 재확보와 효율성 증진이 각각 가진 명분이다. 다만 속내에는 철도산업의 예산 분배나 주도권, 인사 문제 등 여러 사안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 '코레일-철도시설공단' 엇갈린 이해

 

▲ 경쟁체제 도입 후 코레일이 추진하는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 개념도(자료: 코레일)

 

이 소장은 주제 발표에서도 최근 코레일이 추진하는 '2층 열차' 도입 사업을 두고 "열차 운영 효율화로는 시설 부족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2층 열차를 투입하는 등의 방식보다는 재정주자 예산을 확대하고 민간투자를 활성화해 철로시설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코레일은 국산 2층 고속열차를 개발해 올해 안에 시범운행을 마치고 상용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층 열차가 기존 차량에 비해 70% 가량 수송 능력이 크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수송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코레일 측 논리다.

 

반면 철도시설공단 측은 철로를 늘리는 데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속철이 놓이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고속철 건설이나 기존 철도 고속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해 기존 철로에서 수송 능력을 늘리는 것보다는 새 철로를 더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철도산업 내부의 입장 차는 상하 분리 상황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레일과 시설공단은 선로사용료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철로 건설 사업비의 50% 이상을 시설공단이 채권 발행으로 부담한 뒤 코레일로부터 선로사용료를 받아 투자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여서다. 철도공단은 코레일로 받는 사용료가 조달비용 이자도 내기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운행 시작 5개월된 SRT까지?

 

▲ SR 주주 구성(자료: SR)

 

상하 재통합뿐만 아니라 철도 운영 분야에 도입된 경쟁체제 역시 대선과 함께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작년 말 SRT(수서발고속철, 운영사 ㈜SR)가 운행을 시작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국민의당 안 후보 측은 코레일과 시설공단 사이 재통합 의견을 밝히면서 "철도 상하 분리와 사적 이윤 추구로 파편화된 운영회사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철도 건설과 운영을 통합한 경쟁력 갖춘 전략적 철도 회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SR의 재통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SR은 SRT 서비스를 KTX와 차별화 해 '골라 탈 수 있는 고속철'을 구현한다는 목표로 세워졌다. 다만 태생적으로는 코레일과 뗄 수 없는 관게다. 지분 41%를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나머지 59%는 사학연금(31.5%), IBK기업은행(15%), KDB산업은행(12.5%)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차후 공기업 지정도 불가피하다.

 

더민주 등 기존 야권도 박근혜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차기 정권을 누가 잡고 어떻게 철도산업 노선을 정하느냐에 따라 갓 출범한 SR도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눈치 보기 중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경쟁체제 유지에서 얻는 실익보다 공공성 강화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재통합 논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이 경우 지금까지 철도 경쟁체제를 만드는 데 투입한 비용이 그대로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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