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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디에이치자이 개포 '결국 금수저?'

  • 2018.03.09(금) 16:04

투기세력 솎아내려 시공사 보증 중도금대출 막았지만
금수저 논란 불가피…과천 푸르지오써밋도 미계약 속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시공사 보증으로 (중도금대출)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제안서를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분양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디에이치자이 개포' 얘기입니다. 개포주공8단지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오늘(9일) 견본주택을 열고 청약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요.

 

어제 오후 늦게 돌연 연기됐습니다. 관할 강남구청이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아울러 시공사 보증 중도금대출도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같은 날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와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8.2대책 이후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 한국도시주택보증공사(HUG)의 중도금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격은 대부분 9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중도금대출을 받지 못합니다.

 

▲ 디에이치자이 개포 조감도(사진: 현대건설 컨소시엄)

 

대신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시공사 보증으로 중도금 60% 가운데 40%를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요. 앞서 예비 청약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꺼릴 이유는 없습니다. 컨소시엄에 포함된 건설사들이 망할 가능성이 없는 탄탄한 곳이고 단지의 입지도 좋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보증 중도금대출을 안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앞서 분양했던 과천 푸르지오써밋과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등 최근 시공사 보증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 사례가 없다"고 말합니다.

속내는 복잡해 보입니다. 사실 건설업계에선 이미 시공사 보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습니다.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에 나선 취지를 생각하면 시공사 보증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정부가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 투기 혹은 과열을 막기 위해 고가 아파트 중도금대출을 막아놨는데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니까요.

 

특히나 디에치자이 개포는 상징성이 큰 단지입니다. 올해 일반분양 물량이 가장 많기도 하고, 올 한해 강남 분양 및 재건축 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시공사 보증으로 중도금대출이 나간다면 앞으로 이어질 다른 분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자칫 잦아드는 강남 집값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죠.

 

 

전문가들은 중도금대출 무산으로 청약열기는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로또 아파트'가 결국엔 '현금부자', '금수저'들의 차지가 되지 않겠냐는 건데요.

 

역시 '로또분양'으로 불렸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어제 미계약 잔여물량을 재분양했는데요. 이날 나온 물량은 총 128가구로 전체 일반분양 물량 575가구의 22%에 달합니다. 이중 전용 84㎡는 전체 318가구 중 30%가 넘는 100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습니다. 

예비당첨자를 40%까지 확보했지만 여기서도 소화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59㎡의 경우 부적격 당첨자가 많았고, 84㎡는 계약포기자가 많았다"고 말합니다. 특히 84㎡의 경우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기면서 역시 중도금대출이 막혀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은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견복주택 내방객 (사진: 대우건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렇게 재분양을 하는 경우 자격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결국 로또아파트는 현금부자들 차지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디에이치자이 개포 역시 이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예비당첨자 비율을 40%에서 80%로 높이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도금대출이 어려워진 이상 '이러나저러나' 로또분양, 금수저 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부는 투기세력을 솎아내고 실수요자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가점제를 확대했습니다.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분양승인을 늦춘 강남구청이나 정부의 속내도 복잡해 보입니다. 내집마련을 위해 열심히 직장생활하며 '한푼두푼' 모으는 월급쟁이의 기분은 더욱 씁쓸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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