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사장이 "그동안 화두였던 '원가 절감'이라는 명제를 '품질'이라는 명제로 대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튼튼하고 하자 없는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싼 아파트나 하자 많은 아파트라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박 사장은 5일 서울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LH의 역할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하자 없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100만가구 공급을 약속하면서 이 가운데 75만가구를 LH에서 맡게 됐다.
박 사장은 "예정 물량을 좋은 위치에 제때 공급하는 정량적인 목푝를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택지확보가 관건"이라며 "수도권에 좋은 땅이 별로 안남았는데 국토부, 농림부, 환경부 등과 협업해 택지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겨울 LH 임대주택 아파트에서 동파사고와 관련한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앞으로 튼튼하고 하자 없는 아파트를 만들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부터 하남미사지구에 LH건설명장제도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언급했다.
박 사장은 "보통 아파트 하자는 마무리 공사에서 난다"면서 "도배, 방수, 설비, 타일 등 9개 공종에 경력 20년의 마스터를 뽑아 LH기능명장으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근로자를 지도하거나 현장감독에 대한 실력을 평가한다. 기능등급제를 도입해 좋은 등급을 받으면 다음 LH공사 현장에 우선 취업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전문건설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 사장은 "건설기능공의 기능등급을 관리해주면 경력을 쌓는 인센티브가 되고, 청년 일자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2만6000가구를 분양해야 한다"면서 "저렴한 주택보단 '어포더블하우징(affordable housing)' 즉 부담가능한(가격이 알맞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이 저렴한 아파트라는 표현을 꺼리는 데는 자칫 하자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동안 주거 공간만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육아, 노인 돌봄, 일자리 등 다양한 주거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LH의 주택브랜드인 뜨란채나 휴먼시아는 실패한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 수요를 분산할만한 택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20년 전 분당과 같은 강남을 대체할만한 빈 땅이 없고, 강남대체라는 말도 옛날 버전"이라며 "강북을 개발하면 강남 쏠림을 분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북중 청량리나 신촌 등도 얼마든지 좋은 기능을 할 수 있다"며 "어느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을 분산해서 균형발전으로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LH는 쿠웨이트의 1950만평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설계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 일이 잘 되면 IT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이 중동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동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고생을 하고 있다"며 "다른 중동 국가들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