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그야말로 서울의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공급카드를 꺼냈지만 당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가장 효용성이 높은 서울내 그린벨트 해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경한 입장에 가로막혔다.
박 시장뿐 아니라 환경단체, 참여연대까지 가세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대규모 택지조성 방식의 공급이 자칫 그린벨트만 훼손하고 집값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과거 수도권 인근의 2기 신도시를 조성해 공급을 확대했지만 주택시장 안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서울 혹은 서울 인근 수도권에 공공택지를 조성해 당장 급한 불을 끄자는 입장이다. 여당까지 가세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그린벨트 해제를 압박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위한 대규모 해제 이후 사실상 추가 해제가 전무한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한 건도 없었고 문재인 정부들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강동구 상일동에 7만8144㎡를 풀어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강남구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를 지정(38만6390㎡)한 게 전부다. ☞관련기사[그린벨트 뭐길래]내 나이 48세, 내 운명은요?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7년간 그린벨트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지켜왔고 이번에도 이같은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시장은 11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언(KEI) 환경포럼에 참석해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기에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해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화 종합대책 시행을 촉구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확대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린벨트 훼손 논란이 커지면서 공급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무분별하게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되고 녹지(임야)가 아닌 곳들 중에 용도를 다 하지 못하는 곳을 제한적으로 풀고, 이곳엔 집값 상승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영구임대로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영구임대를 강조하는 데는 과거 강남 세곡 등 강남 일대에 지어진 보금자리 주택은 물론이고 위례·판교신도시 등 2기 신도시가 로또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큰폭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공공재인 그린벨트를 풀어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소수의 당첨자들에게 큰 폭의 시세차익을 안겨주면서 로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신도시는 웬만한 서울보다 비싸고 강남 3구에 속하는 송파 집값(3.3㎡당 3352만원)에 근접했다. 대규모 공공택지 조성 방식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2기 신도시 출현 이후에도 강남과 서울 집값은 안정은커녕 오르고 있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KB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을 보면 판교신도시의 경우 입주를 시작한 2009년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년보다 2.58% 상승했다. 이듬해부턴 전반적인 주택경기가 꺾이기 시작했고 2011년 광교신도시와 강남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2013년까지 서울 집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큰폭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위례신도시 입주가 있었지만 서울 집값은 무려 5.56% 상승하기도 했다. 수요분산과 공급대책에도 서울로 유입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집값 불안정 상태가 지속하는 등 서울 집값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서울 중심 한복판 초원으로 변해버린 용산 철도정비창과 우편집중국 자리. 이 곳은 2007년 재개발 추진 발표 이후 11년째 빈땅으로 관리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시 2기 신도시를 통해 강남으로의 쏠림을 다소 완화한 효과는 있었다"면서도 "택지보상 자금이 다시 부동산 자금으로 재투자되면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지공급의 경우 채권보상을 확대하는 등으로 이 자금이 다시 유동자금으로 흐르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택지공급에 앞서 도심에서 최대한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들어 용산 미군기지나 용산철도기지창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법으로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정해져있고 활용도 면에서도 낮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기지창의 경우 임대주택 공급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도심내에서 공급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오피스나 업무공간의 공실이 높은데 주거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거나 입체개발을 통해 연면적(건축물의 각층 바닥면적의 합계)을 넓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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