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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그늘]①"평생 살았는데…갑자기 나가라뇨"

  • 2018.11.09(금) 15:51

신혼희망타운 들어설 남양주 진접2지구 여전히 반대
"30년 넘게 농사짓던 땅 떠나 포천 원주로 가야할 판"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대규모 택지 조성과 토지보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숱한 무주택자들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주고 주거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주택공급 정책이다. 하지만 이 땅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그 땅을 떠나야 한다. 이들에게 주는 토지보상금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투기세력도 등장한다. 토지보상 과정에서 풀리는 막대한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토지보상과 관련한 이같은 쟁점을 앞으로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 그래픽/유상연 기자

 

"평생 이곳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에게서 땅을 빼앗는게 말이나 됩니까. 토지보상 받아봤자 그 돈으로 이 근처에선 땅 못사요. 포천이나 강원도 원주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가고 싶은 사람도 없고 가더라도 지금 있는 땅의 절반크기도 못삽니다"

남양주 진접읍 연평리 일대의 진접2지구에서 만난 박성열 씨(67)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29일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곳에 신혼희망타운을 짓겠다고 했다. 대부분 농지인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으로 묶여있었지만 이를 해제하고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당시 수도권 인근에서 공공주택지구로 묶인 곳들이 여러군데 있지만 이곳은 특히나 농사를 짓는 농민(토지주)들이 상당 수여서 반발이 더욱 거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이 '생존권이 달려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이곳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선 길 양 옆으로는 '토지수용 반대' 푯말과 '생존권 위협하는 강제수용 즉각 철회하라' '명분없는 국책사업, 공익가장한 투기사업'등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우리의 흔한 농촌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자가 왔다는 얘기에 궂은 날씨에도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주민들 7~8명이 이내 근처 쉼터로 몰려들었다. 이분들을 포함해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이곳에서 터를 잡고 농사를 지어왔다. 적게는 1200평에서 많게는 3000~4000평 땅을 갖고 농사를 짓는다.

그들에게는 토지보상금도 문제이지만 평생 농사짓던 땅을 떠나야 하는 부담과 아픔, 당장 일터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 진접2지구 연평리 마을 초입에 토지수용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사진=원정희 기자)


권순녀 씨(61세)는 "20대에 이곳에 들어와 이제 60세가 됐다"면서 "한때 근처 아파트에 살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거름냄새때문에 주민들이 머리를 돌리더라"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만큼 몸고생, 마음고생하면서 일군 땅인데 하루아침에 정부가 나가라고 하는데 대한 억울함이 묻어 나왔다.

권 씨는 "10년 전에도 (내 땅에)도로를 낸다고 해서 대토를 받아서 이쪽으로 옮겨 왔다"며 "그때도 돈이 모자라서 빛을 내고 여기저기서 끌어왔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접2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김경수씨(66세)도 마찬가지다. 30년 전에 이곳에 땅을 샀고 친구와 동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노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안착했다.

 

권 씨는 "내가 나가고 싶어 나가는게 아닌데, 금싸라기 같은 땅을 제값도 받지 못하고 나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부에 대한 원망은 자의로 땅을 파는게 아닌 데다 합리적인 대안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상금이 나오더라도 그 돈으로 근처에서 농사지을 땅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연평리 일대 농지의 공시지가는 ㎡당 17만원~18만원 수준이다. 평(3.3㎡)당 56만원~59만원이다. 인근의 양지리는 연평리와 비슷한 값이었지만 몇년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시세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적게는 평당 100만원대에서 도로 인접한 입지 좋은 곳들은 최고 1000만원 이상으로 뛴 곳들도 나오고 있다.

 

사업지별로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공시지가의 150%에서 보상이 이뤄진다고 하면 평당 84만~112만원 정도 보상금이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가를 산정하다 보니 인근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낮다는 불만이 크다.

김경수 씨는 "1000평에 100만원 보상받는다고 해도 10억원인데 40% 세금내고 나면 6억원 남는다"면서 "이 돈으론 땅을 몇평이나 살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포천이나 강원도 원주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곳 역시 산에나 가야 평당 10만원이지, 농사지을 땅은 30만~4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 진접2지구 연평리 일대 채소 비닐하우스(사진=원정희 기자)


생활대책용지로 상가부지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큰 돈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좋은 입지라면 모를까 이 지역의 경우 인근 아파트가 미분양나고 입주가 안되는 상황인데 시세차익이 무슨 말이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면 그 땅에 건물 하나 지어봤자 소용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사업 시행자는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토지주중 해당 지역에 거주를 한 경우 이주자 택지를, 축산이나 농업 등을 했던 경우엔 상가용 택지를 싸게 공급한다.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입지의 사업지구라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언제 얼마나 줄지 모르는 상가부지가 아니라 이들은 당장 내년 농사를 앞두고 비닐하우스 개·보수 등의 시설투자를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더욱 답답할 뿐이다.

 

"3개월 채소 농사를 짓고 그돈으로 생계를 잇고 또 3개월 농사를 짓습니다. 비닐하우스 개보수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섣불리 시설 투자에 나섰다가 이주하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농사를 못짓는 것이니 답답합니다."

 

이런 주민들에게 토지조성 과정에서 짓지 못하는 농사에 대해 금액을 책정해 영업보상을 한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원론적인 입장은 무의미한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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