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 중 상당수가 그린벨트라는 점에서 해제에 대한 찬반논란이 커지고 있고 서울시 또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의 주민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해당 지역의 공급과잉으로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가 하면 베드타운으로의 전락 우려에 거칠게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전에 후보지 초안이 유출되면서 정부 입장에선 상황이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이같은 전통적인 공급 방식으로 서울 집값을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다.
▲ 정부가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일부를 신혼희망타운으로 지어 공급키로한 서울 강남 수서역세권개발지구 전경 |
◇ 그린벨트 해제부터 주민반발까지
우선 그린벨트 해제라는 첫 관문부터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이번 공급정책의 성패는 결국 수요가 있는 곳. 즉 어느 지역을 선정하느냐에 달렸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가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권한을 가진 서울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으로 집값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 있지만 박 시장의 철학과 소신을 바꾸면서까지 정부와 여당의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무릎을 꿇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야당에서도 반발하고 나섰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7일 "그린벨트를 해제해 집값을 잡겠다고 했는데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 하는 것"이라며 "재벌과 토건업자에게 먹잇감을 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은 서울대로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한 논란이 거세고, 일부 수도권 유력 후보지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초안엔 경기도 안산, 과천, 광명, 의정부, 시흥, 의왕, 성남 등 8곳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과천의 경우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을 걱정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안산은 가뜩이나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 집값이 더 떨어지고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아울러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는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까지 더해지는 모습이다.
▲ 지난해 공공택지로 지정된 이후 구리 갈매역세권 지구에 토지 강제 수용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커뮤니티 제공) |
◇ 과거 공급방식 만으론 한계
이런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고 해도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에 썼던 전통적인 택지 공급 방식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으로 공급이 될때까지의 기간도 5~7년이나 걸린다.
일부 후보지는 입지 면에서 서울 수요를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산 등의 경우 서울 진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우선돼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과거 집을 양적으로 퍼부어야 할 때의 공급방식과 지금의 공급방식은 달라야 한다"며 "택지 공급 방식으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동탄 2신도시 등 택지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렸지만 결국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지 못했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인 변화들이 맞물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주택 공급정책의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 김덕례 실장은 "중장기적인 택지 공급은 집값 잡기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고, 동시에 도심내에서 공급을 하는 방법 등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택공급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지금이 아니면 영영 집을 못산다는 불안감에서 생기는 가수요를 거둬내고, 수요가 몰리면서 생기는 거품도 일정 수준 해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지정한 것으로 1971년 7월 건설부가 서울 외곽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은 것이 최초다. 이후 1977년까지 전국토의 5.4%, 서울의 8.9배 넓이인 5397.11㎢가 지정됐다.
이후 국민의 정부에서 7개 지방 중소도시권을 전면 해제, 7개 대도시권은 부분 해제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시화공업단지, 창원국가산단, 고리원자력발전소 등 산업화를 위한 해제가 이뤄졌으며, 참여정부와 MB정부에서 국민임대주택단지, 보금자리주택단지 등으로 일부를 해제해 올해 5월 기준 3868㎢가 남아있다.
그린벨트에서는 최소한의 증개축만 허용되기 때문에 땅값이 주변지역의 10~30% 수준에 머물러 국민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