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건설사 인사는 1년 전과 비교해 CEO 교체 등 큰폭의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비교적 조용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여러 악재에 직면한 SK건설은 '해외통'인 안재현 글로벌비즈 대표를 새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건설사 중 유일하게 CEO를 교체했다. 그룹 인사에 따라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선임된 점 등도 눈에 띈다. 정진행 부회장의 이동은 그룹 승계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등의 현안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GS건설과 호반건설의 경우 오너일가 후계자들이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약진하고 있는 점도 관심이 쏠린다.
#현안 산적한 현대건설·위기의 SK건설 구원투수(?) 등판
올해 CEO가 교체된 곳은 SK건설이 유일하다. SK건설은 올 여름 시공중인 라오스 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3분기 실적도 겨우 영업적자를 모면한 수준으로 악화했다. 지난 2005년 아산 배방 펜타포트 프로젝트(배방지구 복합단지)의 손실을 반영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올해 4분기 라오스댐 붕괴와 관련한 손실을 본격적으로 반영하면 실적은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 안재현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내년 1월로 예상되는 라오스 댐 붕괴사고 조사 결과에 따른 사태수습과 해외사업 경쟁력 확대 등의 미션을 부여받은 셈이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선임에도 그룹과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건설로서는 7년여만에 부회장직을 부활하는 한편 그룹 내 전략기획 및 대관 등에서 중추역할을 했던 정 부회장의 선임으로 회사에 더욱 힘이 실리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그룹의 숙원이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추진할 GBC 건립 등의 현안 해결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의 향후 승계과정에서의 역할 등 현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GBC 건립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실적 증대 등 현안들이 많은 만큼 정 부회장이 관련해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올해 사상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GS건설은 임병용 사장 체제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 경력이 사실상 전무했던 임 사장은 2013년 6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후 올해 6년째 GS건설을 맡고 있다.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도 2015년 6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 후 3년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사장은 국내외 현장을 두루 경험했고 지난 2012년 총 사업비 11조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본부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해외부문장을 맡는 등 풍부한 해외경험을 지녔다. 지난해말엔 이라크 총리 면담 등을 통해 비스야마 신도시의 지연된 공사대금을 수령하는 등의 성과를 내면서 공사를 본궤도에 올렸다.
#내년 어렵다…'해외통' 등 현장맨 전진배치
안재현 SK건설 신임 사장을 비롯해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 등 올해 인사에선 해외통이 두드러졌다.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부문 전무 승진자 3명 가운데 김영천 전무는 삼성전자에서 발주하는 반도체공장 건설 등을 전담하는 하이테크PD, 최영훈 전무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메트로 사업을 총괄했다.
상무 승진자 9명 가운데에서도 5명은 해외 현장 출신이다. 강경주 상무는 말레이시아 빌딩사업 담당, 박해균 상무는 사우디아라비아법인장으로 일했다. 임영선 상무는 싱가포르 도로 현장 진영종 상무는 알제리 발전소현장에서 일했다. 조인수 상무는 최영훈 전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트 메트로 사업에 참여했다.
내년 주택산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가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인사로 풀이된다.
▲ 사진 왼쪽부터 허창수 GS회장과 그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
#GS건설·호반건설,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
오너일가의 후계자들 또한 승진 등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전무(만39)가 이번 인사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이후 3년 만이다.
허 부사장은 신사업추진실장 겸 신사업담당을 맡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 허 부사장은 LG칼텍스정유에서 GS건설(옛 LG건설) 대리로 이동,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상무보로 일했다. 2013년 GS건설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원에 오른 후 2014년 플랜트공사담당, 2015년엔 사업지원실장을 맡았고 같은 해 전무로 승진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전무도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1년 입사한 김 전무는 7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경영부문장을 맡는다. 김대헌 부사장은 1988년생으로 올해로 만 30세다.
앞서 지난달말 호반건설과 호반 합병을 통해 김대헌 부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하면 최대주주에도 올랐다. 김대헌 부사장은 합병 전 호반건설 주식은 단 한주도 없었고 호반 지분 51.42%를 갖고 있었다. 호반 주식 약 5.8주를 호반건설 주식 1주로 교환(교환비율 1대 5.8875012)하는 합병비율에 따라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회사 합병은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었지만 이를 통해 김상열회장-김대헌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후계승계의 포석 또한 자연스레 놓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