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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나는 냄새야'…헬리오시티, 악취 원인은?

  • 2019.09.03(화) 13:40

입주민 일부, 아파트 커뮤니티‧송파구청 등에 악취 민원 제기
원인으로 가락시장‧탄천물재생센터‧단지 내 맨홀 등 의심중

최근 누수 문제로 몸살을 앓던 '송파 헬리오시티'가 이번엔 악취로 속을 끓이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이 어디선가 비린내 또는 하수구 냄새 등의 악취가 난다며 입주민 커뮤니티 또는 송파구청 등에 불편을 호소한 것.

악취의 원인은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 탄천물재생센터, 단지 내 맨홀(하수) 등 3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만약 내부 맨홀에서 발생한 악취라면 또 다시 '시공 하자'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파구에 위치한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외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추정 원인1- 500m 앞 가락시장?

2일 송파구청은 최근 2~3개월 내 헬리오시티 악취 관련 민원이 10건을 넘는다고 확인해줬다.

헬리오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를 봐도 악취 관련해서만 16건 정도의 글이 게시돼 있다. 제보자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체불명의 냄새를 맡은 곳은 베란다, 화장실, 거실 등 제각각이었으나 주로 1단지 저층으로 전해진다.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된 곳은 가락시장이다.

헬리오시티는 가락동 479번지, 가락시장은 가락동 600번지에 위치해 둘 사이의 거리가 500m 내외에 불과하다.

헬리오시티가 들어서기 전에도 가락시장 인근에서는 오염물 처리 냄새, 도축장 냄새 등의 민원이 제기돼 왔다. 2009년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시작해 2016년 1단계 업무동‧가락몰을 완성하면서 냄새도 점차 사그라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헬리오시티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가락시장을 방문해 악취 관련 현장 점검을 하는 등 여전히 관리 대상인 상태다.

가락시장 악취를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 농수산식품공사 환경교통팀 관계자는 "가락시장에서 나오는 하수는 탄천로 메인관을 통해서 가는 것을 도면으로 직접 확인했다"며 "헬리오시티 단지엔 시장 하수가 흘러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5~6명과 상시 연락하며 관리하고 있고, 7억원 정도 투자해서 악취방지시설 공사에 돌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락시장 내)각종 악취 수치 등엔 문제가 없는걸로 나오기 때문에 가락시장만이 악취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 추정 원인2- 하수 처리하는 탄천물재생센터?

그 다음 원인으로 추정되는 곳이 탄천물재생센터다.

헬리오시티 1단지 쪽에 붙어 있는 탄천 맞은편에 위치하며 단지와는 직선거리로 2km 내외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서울시 4개 물재생센터(탄천‧중랑‧서남‧난지) 중 하나로, 생활하수가 하천에 방류되는 것을 막아 하천의 오염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은 강동‧송파구 전역, 강남‧서초구(일부구역 제외), 하남‧과천시(일부 구역제외) 등 4개구 2개시의 물을 처리한다. 처리시설규모는 하루에 90만톤에 이른다.

탄천물재생센터에서 가까운 1단지 쪽에서 유독 악취를 느낀다는 점에서 이곳도 냄새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서울시 공공환경시설의 악취관리 강화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여름철 물재생센터에서 악취민원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2010~2012년) 8개 사업장에서 22회의 악취관련 민원이 발생했는데, 이중 18회(81.8%)가 물재생센터에서 나왔다. 시기별로는 8~9월에 민원이 집중됐다.

탄천물재생센터의 복합악취(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두가지 이상의 악취)는 2015년 4분기에 기준치인 15배를 초과해 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탄천물재생센터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발생한 냄새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풍향을 보면 오히려 헬리오시티에서 물재생센터 쪽으로 바람이 분다"며 "우리 악취가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추정 원인3- 단지 내 맨홀에서?

악취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두 곳에서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주민들은 단지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락시장의 하수가 헬리오시티를 지나지 않는 만큼 단지 내부 생활하수 등의 냄새가 맨홀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경우의 수가 나온다. 입주자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안에는 "맨홀에서 강력한 냄새가 올라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경우 시공의 문제로 볼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악취제거업체 관계자는 "세대 내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통상 하수관에서부터 올라오는 냄새"라며 "배관 공사가 잘못 들어갔거나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냄새 구멍이 생기면서 악취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현대건설 측은 "악취 민원은 듣지 못했다"며 "시공사 측에 제기된 하자 보수 요청이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단지 내 맨홀은 주로 빗물이 흐르게 돼 있다"며 "오히려 (조합이 직발주해 공사한) 단지 외부 도시기반시설에 있는 하수역류장치 등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냄새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입주민 사이에선 묘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악취로 고통받고 있는 일부 입주민들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며 제보, 민원 등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공론화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역력해 보였다.

실제로 입주민 커뮤니티에선 관련글이 외부에 검색되지 않도록 설정하거나, 덧글에서도 악취 유무에 대해 실랑이를 벌이는 등 원인을 찾아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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