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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안되고 지방서도 밀려'…갈 곳 없는 중견건설사

  • 2019.10.10(목) 15:39

"컨소시엄 불가!" 문턱 더 높아진 재건축‧재개발 수주
수도권 진출 더 힘들고, 지방서도 대형사에 밀려

중견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단지 사이에서 '컨소시엄 불가' 바람이 불며 수주 문턱이 더 높아진 데다,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사들이 지방 수주전에까지 발을 내딛으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시 '단독 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올라온 시공사 선정 공고를 보면 올 하반기 신반포21차 재건축,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신용산역북측 제2구역 재개발 등은 각각 '2개사 이상 공동도급 불가', '업체 간 공동참여(컨소시엄) 불가', '공동도급 불가'를 입찰 자격에 포함시켰다.

'컨소시엄 불가'로 잡음이 있었던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에 롯데건설이 단독시공을 약속하자 조합이 동네에 플래카드를 거는 등 최근 정비업계에서 컨소시엄 불가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사진=갈현1구역 조합원 제공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3구역, 갈현1구역 조합도 뒤늦게 컨소시엄 불가 의지를 밝히면서 건설사들의 단독 시공 확약을 받아내는 등 단독시공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모습이다.

컨소시엄은 2개 이상의 건설사가 함께 입찰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주로 사업 규모가 큰 곳에서 활용되며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비 부담이나 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중견건설사의 경우 단독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굵직한 사업장을 대형건설사와 공동으로 수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컨소시엄 단지에서 시공 하자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컨소시엄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서울의 한 재개발단지 조합원은 "공동 시공하면 책임이 분산돼서 시공이나 하자 보수 처리가 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독 수주의 경우 시공사들끼리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 입장에서 선호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강남 등 수도권 주요 정비 사업 단지를 시작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번지자, 대형사-중견사가 손을 잡고 뛰어드는 사업도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해만 해도 그동안 수주했던 컨소시엄 단지들의 분양이 줄을 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한양‧보성산업) ▲경기 부천시 '일루미스테이트'(현대건설‧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자연&푸르지오'(대우건설‧한신공영‧대보건설) 등이다.

하지만 최근 수주전 결과를 보면 부산 금정구 부곡2구역 재개발(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롯데건설·대림산업) 등 대형사로 이뤄진 컨소시엄 일부만 승전보를 울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견건설사는 사업비, 브랜드 등의 이유로 서울 진입이 어려운데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 물량을 늘리면서 지방 분양도 어려워졌다"며 "정비사업 조합들이 컨소시엄 구성마저 못하게 하는데 단독으로 수주하기엔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본격화하면 중견사가 체감하는 일감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정비사업 단지들이 상한제 여파에 분양을 미루거나 사업을 아예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미 수주한 단지라도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분양에 나서기 어려워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3개월간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대형업체는 상승한 반면, 중견업체는 하락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중견업체가 내다본 분양 경기가 꾸준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업체의 전국 HSSI 전망치는 7월 67.0, 8월 70.1, 9월 74.2로 매달 3~4포인트가량 늘었다. 반면 중견업체의 전국 HSSI 전망치는 7월 70.5에서 8월 69.5로 1포인트 감소했다가 상한제 발표 등의 영향으로 9월 53.7로 1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서울에서 보는 전망은 더 곤두박질쳤다. 대형업체의 서울 HSSI 전망치는 7월 95.8에서 89.2로 6.6포인트 감소에 그쳤으나, 중견업체는 같은 기간 91.3에서 70.0로 21.3포인트 줄었다. 최근의 규제강화 정책에 대해 중견업체의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업계 전반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수주전에서 브랜드 파워에 밀리는 중견사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시장의 분위기나 정부의 규제 등이 흘러가는 방향을 봤을 때 수주나 분양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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