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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③쓰러져가는 아파트에 돈 몰린다

  • 2019.10.18(금) 09:00

은마아파트, 재건축 지지부진해도 가격은 계속 올라
관리처분인가 단지, 높은 사업성에 부자들 군침

"어렸을 때(20여년 전) 개포동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집이 참…다 쓰러져가는 수준이었죠. 그런데도 어렴풋한 기억으로 7억원이 넘는 집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시세로는 엄청난 거였죠. 아마도 재건축 얘기가 나왔기 때문일 겁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녀 보면 세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어떤 단지는 '고급 아파트'의 풍채를 자랑하며 우뚝 솟아있지만 맞은편에는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도 보인다.

외벽 페인트칠이 벗겨지는 등 누가봐도 살고 싶지 않은 노후 아파트인데도 강남에 있다면 이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언젠가는 맞은편 아파트처럼 새 옷을 갈아입고 재탄생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개포동 주공아파트. 지난 2006년 9월 개포 주공 4단지 전용 50㎡는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금 기준으로도 서울 웬만한 아파트 가격 못지않다. 현재 조합원 매물이 15억원이 넘는 이 아파트는 조만간 일반분양을 거쳐 새 아파트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강남 집값 올리는 재건축

강남은 촘촘한 교통망과 명문고가 밀집한 우수한 학군, 각종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노후한 아파트가 많다는 점인데, 이런 아파트들은 대부분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만 되면 새 아파트의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예측이 어렵다. 그 만큼 미래가치가 크다.

'강남 재건축' 하면 떠오르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보자. 은마아파트는 2002년부터 재건축 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로부터 재건축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여러 규제에 따른 사업성 축소에 의해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럼에도 집값은 명성에 걸맞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13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 1분기에는 13억8500만원까지 올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를 맞으며 은마아파트 가격이 10억원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내 가격을 회복했다.

최근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2017년 1분기 14억원 선이던 집값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장이 과열됐던 2018년 1분기 18억원을 찍었다. 올해도 1분기 18억원을 기록한 이후 거래가 잠잠했던 2분기에도 19억9000만원에 거래됐고, 3분기 들어서는 20억4000만원으로 20억원 선을 돌파했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교육과 재건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 속도가 느려서 이정도지 속도만 붙었다면 지금보다 더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한두 달 전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로 여전히 매물 문의와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 불쏘시개 된 분양가 상한제

이처럼 재건축 단지는 강남 집값 과열의 진앙지다. 이에 정부는 각종 규제 장벽을 쌓았다. 하지만 오히려 가격 상승세에 힘을 싣는 역효과를 냈다.

최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관련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은 더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로 사업성이 떨어진 재건축 단지들이 속도조절을 하면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공급감소 우려 분위기가 확대되자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상한제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일반분양하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역시 논란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에서 유예기간을 받은 60여개 단지만 정책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들 단지가 강남3구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는 65곳 인데 이중 서초구가 16개 단지로 가장 많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6곳과 3곳이다.

이들 단지 대다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3년 이상 소유한 자)가 가능하다.

때문에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청약 대신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 급매로 내놓아야 하는 일부 조합원을 제외하면 매물을 찾기는 힘들다. 결국 공급(매물)보다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라 관리처분인가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관리처분인가 단지는 유예기간 중 분양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최근 시장 분위기를 통해 높은 사업성이 입증됐다"며 "때문에 실수요자나 투자 목적의 부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사기 위해 달려들 테지만 막상 나오는 물건은 없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위기도 그렇다. 개포주공 4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유예 기간 동안 분양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현재 매물이 거의 없다"며 "조합원 매물 중 33평으로 배정받는 매물(11평짜리 소유)이 15억6000만원에 딱 하나 나온 게 있었는데 금방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못지않게 주목받는 둔촌주공도 비슷한 상황이다. 둔촌주공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오늘 급매물이 2개 나왔는데 바로 나갈 것"이라며 "매물이 나오는 족족 바로 거래가 되고 있고, 가격은 기본 15억원이 넘는데도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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