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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역설]①정부 vs 시장

  • 2019.11.26(화) 15:26

강남·직주근접 선호, 투자수요 무시…시장 억제만 집중
번번이 규제 반작용만 커져…시장 이기기 어려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반이 지났다. 대출, 세금에 이어 분양가상한제까지 각종 규제를 퍼부었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규제를 투하하면 집값이 더 튀어오르는 현상만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 정부의 남은 선택지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다주택자 규제를 하는데 (다주택자는)집을 왜 안팔죠?"

2017년 세금, 대출 등을 총망라한 유례없는 강력한 대책인 8.2대책이 나왔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자 한 정책당국자가 회의에 참석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정말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정부와 시장의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8.2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을 무겁게 해 더는 집을 사지 못하게 하고 양도세 중과시점(18년 4월1) 이전에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으로 기대했을 터다.

하지만 시장에선 '똘똘한 한채' 열풍이 불었다. 지방에서도 서울에 있는 똘똘한 한채를 구입하려고 몰려들었다. 다주택자들은 서울에 있는 집을 팔기는 커녕 민간임대주택 등록의 허점을 이용해 집을 더 사들이기까지 했다.  혹은 세부담 완화를 위해 증여를 택했다.

이후에 나온 대책들도 마찬가지다. "공급은 충분하다"고 외쳤던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30만 가구 공급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직주근접'에 대한 선호도는 예상보다 컸다.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강남4구 등 27곳에서 시행됐지만 이 역시 새아파트 몸값을 높이며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발언이후 시장에서는 "대통령이 부동산을 모른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는 그동안의 국토부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인 평균 상승률은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안정보다는 '양극화'란 해석이 더 적절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일부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과 맞물리며 최근 지방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는 분위기 역시 부동산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2017년 5월10일) 이후 최근(19년 11월18일)까지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에서 서울은 두 곳만 포함됐다. 과천의 상승률은 21%로 가장 높았고 분당 구리 순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수억원씩 오른 서울에 비할 순 없지만 상승률로 보면 서울 외곽으로까지 상승세가 영향을 미쳤고 대전과 대구 등 지방 대도시도 높은 상승세를 보인 것을 알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다. 국토부가 늘 '유동성'을 핑계 삼는 점 역시 일정 수준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전 정부때인 2014년부터 집값은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역시 본격적인 사이클에 올라탄 상황이었다. 이후 유례없는 6년째 상승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저금리로 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풀렸다. 전 정부에서 이미 '빚 내서 집사라'며 규제들을 풀어놨던 것이 이번 정부에겐 부담이고 숙제다.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17년, 2018년도의 상황을 생각하면 일정 수준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을 틀어막는 규제 일변의 정책이 결국은 반작용이나 풍선효과를 불렀고, 시장의 매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을 억누르려고만 했던 것이 정책의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똘똘했고 언제든 제 살길(?)을 찾아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공급정책만 보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주택공급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양적 공급이 아니다"면서 "과거처럼 신도시를 세우는 식으로 균일화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엄청난 착오"라고 꼬집었다. 안 부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훨씬 더 복잡한 계산과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덧붙였다.

세금부담을 안고서라도 집을 보유하려는 것이나 더 싼 분양가의 아파트가 나온다고 해도 지금 당장 청약에 뛰어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싸움의 기본이다. 강남 혹은 강남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고 싶고, 직주근접이 중요하고, 집을 통해 자산도 늘리고 싶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무시한채 투기는 악이고, 집은 사는(live)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정책은 시장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지난 2년반 동안 정부와 시장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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