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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역설]⑥족쇄 채운 재건축의 역습

  • 2019.12.04(수) 11:00

재초환‧상한제 등 재건축 정밀 타깃…새아파트 공급부족
정권따라 오락가락…'소나기만 피하자' 집값 불안 야기

문재인 정부에 주택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은 천덕꾸러기다. 각종 규제에도 미래의 수익을 바라보고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부는 재건축 단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개발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다시 부활시켰다. 최근에는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민간택지(재건축 사업장)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규제를 더했다.

하지만 집값은 더 오르며 역풍을 맞고 있다. 규제 족쇄에 조합들이 '일단 멈춤' 하면서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시장을 휩쓸고 있어서다. 정부는 과거 사례를 내세우며 '공급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다.

결국 족쇄를 채울수록 재건축 집값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여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 분양가상한제 vs 평당 1억 아파트

지난해부터 수도권 주택시장은 강남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강남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전용 84㎡ 실거래가가 26억8000만원을 기록하며 1년 사이 43%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이 18% 상승(부동산114)한 것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오름폭이 크다.

작년 1월부터 재건축 단지에 재초환을 적용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18년 4월)되면서 강남 새 아파트가 똘똘한 한 채로 부상한 까닭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규제의 정점이다.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으로,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겠다는 재초환보다도 더 강력하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목적은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춤으로써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기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야기해 오히려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역효과를 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일반분양 물량 분양가가 낮아지면 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 수익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조합이 사업 속도를 늦추면 결과적으로 재건축 단지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이미 들어선 새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실제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 10월 34억원에 거래,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상한제 시행에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와 같은 새 아파트 몸값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와 함께 상한제가 적용되는 대다수 지역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라 분양가 통제를 받아도 3.3㎡ 당 4000만원 중반선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크게 저렴한 편이지만 중산층도 중도금 대출 없이 소화(총 분양가 9억원 이상)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상한제 적용 단지가 로또 청약이라는 부작용과 함께 현금 부자들의 잔치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은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은데 새 아파트를 공급할 택지지구도 없어 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재초환에 이어 분양가상한제까지 규제가 더해지면서 2~3년 후 새 아파트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수요와 공급이 적정선에 있을 때는 분양가상한제로 주변 아파트 집값 안정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져 상한제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정권마다 '조이고 풀기' 반복도 원인

국토교통부는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던 2007년 이후에도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2만1000가구 규모로 시행 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고 강조한다. 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 주택은 더 늘었고, 당시와 지금의 시장 상황도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서울에서 주택정비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만 600여곳이 넘는다.

이미 재초환 적용으로 정비사업의 수익이 떨어지면서 이들 사업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까지 겹겹이 규제를 이어가면서 정비사업 추진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곧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에 가해진 규제가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기부채납 비율을 높이더라도 다른 규제는 완화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가격에 선반영 되면서 상승한 측면도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해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행과 폐지가 반복되는 규제 대책도 집값 불안을 야기하고 주택 공급을 감소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6년 시행된 재초환은 주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2013년 유예됐다가 작년 1월 부활했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2007년 9월 도입됐다가 2014년 12월 사실상 폐지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5년여 만에 다시 시행되는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거나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던 과거 경험에 비춰 시간이 지나면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들이 금융비용 등의 부담에도 더 나은 사업성을 위해 사업 추진 속도를 조절, 신규 주택 공급 감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 조합원들은 시간이 지나면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있어 일단 규제 소나기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으면서 정권에 따라 규제 시행과 완화가 반복된 것도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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