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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역설]⑦거래세·보유세 동시강화, '버티기'만 유발

  • 2019.12.05(목) 09:37

열일곱번의 규제에도 안잡히는 집값…상승장서 '백약무효'
보유세든 양도세든 '숨통' 필요…한쪽은 감당 어려운 수준으로 올려야

#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빗대 말한 '샤워실의 바보'. 찬물과 뜨거운물로 돌릴 수 있는 샤워꼭지를 적당히 조절하지 못하고 급하게 돌리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비유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시장이 조금만 달궈져도 찬물을 끼얹어 버리니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며 좀처럼 적정한 온도를 찾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 정권은 집권 2년6개월 만에 열일곱번의 규제를 내놨다. '고강도 규제'(8‧2대책, 9‧13대책), '최후의 카드'(분양가 상한제)로 불리는 굵직한 대책도 나올 만큼 나왔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식지 않고 언제든 다시 끓어오를 태세다.

이에 질세라 정부도 '더 센 규제'를 예고하며 수요를 틀어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가고 실수요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진다.

시장에선 '규제만이 답인가'하고 의구심을 품으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카드가 더 남았다고?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규제가 나왔다. 골자는 수요 억제였다. 특히 2017년 8.2대책과 2018년 9.13대책은 대출, 세금 등을 총망라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약발은 잠시뿐.

올해는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분양가 상한제(서울 주요 27개동 핀셋 적용)까지 도입했다. 규제 카드를 있는대로 다 꺼낸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적용돼 있는 금융, 조세, 청약, 전매, 정비사업 등 규제만 총 38가지에 달할 정도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질 않자 정부는 '또 다른 카드'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현재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잡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다음주께 '부동산 공시가격 종합대책'을 발표하는데 이번에도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인상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효과를 얻는다.

◇ 보유세-양도세 강화, 주택보유자 '버티기' 장기화로

이외에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대책으로는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재건축 연한 강화(30년→40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이 예상되고 있다. 모두 다주택자, 고가 주택보유자들을 압박하는 규제책이다.

시장에선 이같은 규제의 시장 안정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젓는다.

특히 추가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우선 검토하는 재건축 규제나 세금 강화의 경우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을 더 띄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강화할 수록 주택 보유자들의 '버티기'를 장기간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할 경우 과세표준(1200만원 이하~5억원 초과)에 따라 양도소득세 기본 세율은 6~42%,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16~52%, 조정지역 3주택자는 26~62%에 달한다.

안수남 세무사(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이미 다주택자 중과세 규제가 있어 세금을 내면서까지 팔려고 하지 않는다"며 "여기서 보유세를 더 올리면 부담은 있겠지만 올해와 내년까지는 견딜만한 정도라서 주택 보유자들이 일단 가지고 있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취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종전에 갖고 있던 주택까지 규제하니까 공급이 더 안 된다"며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보유자 등은 정부가 예고한 2022년(공정시장가액비율 단계적 인상 최후 시점)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이미 조치를 취한 상태라 추가 매물이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집값이 더 오를까봐 불안해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을 내놓으려는 사람은 없다"며 "위험 회피 성향이 있는 소수의 주택 보유자들만 매물을 내놓고 있고 시장에서 그 소량의 물건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세(양도세 등)와 보유세(종부세 등)를 모두 강화하면 '숨구멍'이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소장은 "거래세를 올리면 보유세를 낮추거나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를 낮춰야 주택 보유자들도 숨구멍이 생겨 주택을 내놓는다"며 "지금은 정부가 담배값 올리듯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세금을 올리고 있는데 이 경우 1주택자, 은퇴기 주택보유자 등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를 올리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격히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식, 반대로 보유세를 낮추면 거래세를 올리는 식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딜레마로 꼽힌다.

더이상 신규택지로 지정할만한 땅이 없는 서울에선 정비사업을 해야만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서 집값 상승 불씨가 피어났던 만큼 정부가 규제의 칼을 거둬들이긴 어려운 상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비사업에서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서 정부 입장에선 그쪽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규제를 해도 잡히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집값이 잡히지 않았는데도 정비사업 규제에 집착을 한다는건 문제가 있다"며 "개발을 하면 집값이 오르는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연관성을 무시하는 건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상승장 백약무효, 공급 터주는게 시급

시장에선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게 공급 확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주택거래량은 현 정권이 출범하고 ▲2017년 10만5091건 ▲2018년 8만1392건 ▲2019년(12월 미포함) 5만3542건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는 5000건도 넘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9009건으로 반짝 증가한 이후 11월엔 2306건으로 다시 뚝 떨어졌다.

김인만 소장은 "지금 정부가 검토하는 대책들은 집값 하락장일 때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집값이 5억원 올랐는데 종부세 200만원 내던걸 500만원으로 올랐다고 집을 팔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재건축, 재개발도 심리적으로는 집값 과열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규제를 했어도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공급을 먼저 순환시켜야 한다"며 "일정 부분 규제를 풀어 공급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임대아파트를 늘리는 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공공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주택가격 안정화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금융과 조세의 제도적 틀을 갖고 규제를 했는데 여기서 규제를 더 강화하면 제도권에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의 주거이동이 더 제약된다"며 "기획부동산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일부 불건전한 기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에 넘치는 유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리츠 등 간접투자상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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